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홀로 귀가 중인 여성의 명품가방을 날치기한 4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범인은 검거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금천구, 강남구, 동작구 일대에서 젊은 여성들의 명품가방 등을 네 차례 날치기한 혐의(특수절도)로 송모씨(41)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특수절도 등 전과 15범인 송씨는 지난달 14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이면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귀가중인 김모씨(27·여)의 루이비통 가방 등을 날치기했다. 송씨는 피해자가 자신의 차량 번호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도록 미리 훔친 차량 번호판을 자신의 차량 후면에만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1일까지 여성 4명의 루이비통, 구찌 등의 명품가방과 프라다 명품지갑 등을 날치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날치기한 물건 및 현금의 액수는 639만원 상당이다.

검거 당시 송씨는 경기 광명시의 한 모텔 객실 내에서 필로폰을 증류수에 희석해 일회용 주사기로 신체에 주입한 상태였다. 경찰은 소변검사 및 국과수 수사의뢰 결과 송씨의 필로폰 투약이 양성반응을 보임에 따라 특수절도 외 마약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경찰은 송씨가 지난 2월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와 결별했던 점을 고려해 여성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송씨가 흔한 오토바이 날치기가 아닌 범행이 어려운 차량용 날치기를 진행한 점에서 범행 당시에도 필로폰을 투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송씨는 훔친 물건 중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등 추적의 단서가 될 물건은 즉시 버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도난 차량 번호판을 이용했고, 추적이 될 만한 물건을 모두 버린 데다 범죄발생지 주변에 CCTV까지 노후한 상태여서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재 범인은 날치기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지만 필로폰을 투약한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검거 당시 현장에서 필로폰 투약에 사용되는 물건과 쇠망치 등이 발견된 점을 고려해 추가 강력범죄가 있을 것으로 추정, 수사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