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프트의 神' 켄 블록 "짐카나는 나의 삶…열정 있는 한 계속 달릴 것"
켄 블록(사진)이 한국에 왔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포뮬러원(F1)의 전설인 미하엘 슈마허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다. 마니아들은 그를 ‘드리프트 신(神)’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문화광장에서 몬스터에너지코리아 주최로 열린 ‘켄 블록 코리아투어 2013 서울 익스피리언스’ 행사에 앞서 그를 만났다. 추운 날씨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힘든 듯, 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사진을 찍자 벌떡 일어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국내에서 드리프트 기술과 짐카나(gymkhana)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블록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드리프트와 짐카나를 즐기길 바란다”며 “한국의 드리프트 선수들이 틀에 박힌 기술보다 오락이 가미된 쇼를 자주 선보인다면 대중의 호응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선보인 짐카나 동영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자동차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5000만건)를 기록했다.

블록은 최고출력 650마력짜리 슈퍼카급 엔진을 얹은 포드의 소형차 피에스타로 이런 묘기를 보여준다. 드리프트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차량을 선호하지만 블록의 피에스타는 4륜구동이다. 그는 “4륜이 후륜보다 힘이 좋아 다양한 기술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짐카나 영상을 찍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블록은 “샌프란시스코 영상은 준비기간만 6개월, 촬영에 4일이 소요될 정도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선 “공식 방문은 처음이지만 개인적으로 10번 이상 여행을 올 정도로 한국을 자주 찾는다”며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해 올 때마다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 답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선수로 모터스포츠 경력을 쌓아온 블록은 2005년부터 짐카나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1967년생인 그는 올해 45세, 현역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언제까지 선수생활과 짐카나 묘기를 병행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짐카나는 내 삶이고, 내가 즐기고 있기 때문에 즐길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내가 드리프트 분야에서 최고지만 이는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기량을 닦아온 결과”라며 “내 뒤를 이어 이 분야에서 많은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은 이날 세 차례 짐카나 묘기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레이서이자 신발제조업체인 ‘DC슈즈’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짐카나·드리프트가 뭐지?

'드리프트의 神' 켄 블록 "짐카나는 나의 삶…열정 있는 한 계속 달릴 것"
▷드리프트

차의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차가 앞바퀴의 방향과 반대로 달려나가는 기술.

▷짐카나
넓은 공간에 선을 긋거나 장애물을 설치해 복잡하고 어려운 코스를 만든 뒤 드리프트 기술로 통과하는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