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장(오른쪽부터),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정택진 세븐앤파트너즈 대표 등이 1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삼성 신경영 20년을 평가하고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를 논의했다. 사회는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미래전략실장(왼쪽)이 맡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장(오른쪽부터),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정택진 세븐앤파트너즈 대표 등이 1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삼성 신경영 20년을 평가하고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를 논의했다. 사회는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미래전략실장(왼쪽)이 맡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회장이 결단하자, 삼성은 한 방향으로 몰입해 일류로 발전했다.”

“군대처럼 일하다 보니 조직 피로도가 높다. 위기 의식을 어떻게 지속시킬지, 외국인 직원이 급증한 상황에서 기업문화를 어떻게 가져갈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 경영을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신경영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둔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를 이같이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시리즈를 결산하면서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이명우 한양대 경영대학 특임교수, 정택진 세븐앤파트너즈 대표, 한영섭 인간개발연구원장, 김종만 명지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등 삼성 출신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했다. 권영설 한경 미래전략실장이 진행을 맡았다.

○한 방향으로 달려가 성공

[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한 방향 몰입으로 성공…속도전서 쌓인 조직피로 해소는 숙제"
삼성의 성공은 △자기 반성에 기초한 신경영 △학습능력 및 한 방향으로 몰입하는 문화 △효율적 인사와 보상제도에 기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명우 교수=신경영은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1993년 삼성은 국내 1등이었지만 해외에선 전혀 아니었다. 그때 신경영은 ‘월드 베스트’란 이정표를 제시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화두만 제기했다. ‘우리 업의 개념은 뭐냐’ 그런 식이었다. 그 다음 각 계열사, 부서에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다. 2003년 소니코리아 사장을 할 때 창업 60주년(2006년)을 앞두고 소니 본사에서 신경영과 비슷한 ‘TR60’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건 해당 팀이 고민한 것이었다. 임직원들이 반성하고 고민해 스스로 답을 찾게 한 삼성과는 달랐다.

△정택진 대표=삼성을 컨설팅한 적이 있는데 놀란 게 있다. 유일하게 에티켓 예절 인간미를 강조한다. 전 세계 기업 중 유일하고 아주 특이한 것이다.

△유필화 원장=삼성의 강점은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을 교육시켜 한마음으로 만들고, 인센티브를 준다. 여러 곳의 삼성전자 법인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모두 똑같은 말을 하더라. 같은 문화로 뭉쳐져 있다는 게 삼성의 힘이다.

△한영섭 원장=일반적으로 대기업 임원급은 외국 나가면 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삼성은 다르다. 배운 것을 열심히 적고 한국에 오면 공유해 전 사원에게 퍼뜨리더라.

△유 원장=외국에서 주목하는 것은 학습능력이다. 1993년 삼성이 소니를 넘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그런데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선두 업체에서 열심히 배워 세계 1등이 됐다.

[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한 방향 몰입으로 성공…속도전서 쌓인 조직피로 해소는 숙제"
△정 대표
=제너럴일렉트릭(GE)에 있었을 때 삼성에서 6시그마를 배우러 왔었다. 엄청난 속도로 배워 전 계열사로 전파하더라. 그리고 끈질기다. 아직도 삼성은 6시그마를 하고 있다.

△김종만 교수=교육뿐 아니라 인센티브를 활용해 직원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강점이다. 또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미래전략실이란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활용한다.

○조직 피로도 낮추고 외국인 수용 문화 만들어야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한 삼성이지만 100년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삼성전자가 급성장해 그룹 내 사업구조에 불균형이 생긴 점, 조직 피로도가 높은 점, 외국인 직원이 늘어나 기업문화 유지가 어려운 점 등이 꼽혔다.

△유 원장=삼성엔 ‘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계열사 간 성과가 갈린다. 삼성전자에서도 스마트폰 비중이 크다.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 대표=잘되고 있을 때일수록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의식을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을지 문제다.

△이 교수=그동안 군대식 속도전을 많이 해왔는데, 그 뒤 그림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세진 교수가 쓴 ‘삼성과 소니’ 책을 보면 삼성 조직의 피로도가 높다. 1등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유 원장=한국인 직원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외국 인력은 그렇지 않다. 외국의 핵심인재가 삼성에 오고, 문화도 공유하게 해야 한다. 기업문화도 진화돼야 한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허용하고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창조자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이 교수=내부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 옛날엔 성과와 보상이 동기가 아니었다. 사명감이 있었다. 지금은 외국인이 많아져 그런 부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을 대하는 시장 정서도 예전과 다르다. 옛날엔 추격자여서 잘하면 시장이 환호했지만, 이제는 오만하게 비쳐질 수 있다.

○중소기업, 삼성에서 배울 것만 배워야

삼성은 성공했지만, 중소기업은 삼성을 무작정 따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기 몸에 맞는 것을 찾아내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유 원장=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 한국 경제 전체로 봐 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좋지 않다. 삼성에 많은 인재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부서가 많다. 해외에선 그런 부서를 분사해 잘되는 경우가 많다. 히든챔피언이 나온다.

△김 교수=중소기업은 삼성을 벤치마킹하되 자신의 업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 회사의 업에 맞춰 좋은 제도를 개량해 적용해야 한다. 삼성은 퍼스트무브는 아니었고 패스트팔로어였는데, 해외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자기 문화와 환경에 맞췄다. 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 가능했다.

△유 원장=삼성은 남의 것을 배워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미국 컨설팅사가 제조업이 필요없다고 할 때 제조업을 지켰다. 한두 개에 집중하고 아웃소싱하라고 했지만 TV 반도체 모바일을 모두 유지했다. 맞는 사업모델이 뭔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힘이 있다.

△이 교수=중소기업도 자신에게 맞는 것을 해야 한다. 리더십이나 조직문화가 정답은 없지만 삼성은 잘해온 거 같다. 소니도 아키오 모리타 전 회장 때 좋았는데 전문경영인이 오면서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맞지 않았다.

△한 원장=중소기업에선 삼성 얘기고, 크기가 다르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꾸준히 중장기로 접근하면 나아진다. 단기적으로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 대표=유 교수가 말한 히든챔피언이 많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중소기업도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필요하며, 오너 가족보다 뛰어난 사람을 영입해 맡겨야 한다. 3세가 경영에 흥미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고민해야 한다.

정리=김현석/배석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