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들이다. 6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며 내놓는 설명이 그때그때 다르다. 새 정부 출범 전인 지난 1, 2월부터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했고, 작년 12월 금통위에선 올해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에서 경제성장세 회복 지원으로 전환키로 의결한 김 총재였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한 일이라곤 금리 동결뿐이다. 되레 이달 금통위 직후엔 “통화정책은 이미 재정정책보다 훨씬 더 완화적”이고 “한은법 1조(물가안정)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강변한다. 통화정책을 펴자는 것인지, 자기 합리화를 위해 복잡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더구나 한은이 낮춰잡은 올해 2.6% 성장률 전망치는 세수 결손을 반영한 정부 전망치(2.3%)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물가(2.3%), 설비투자(2.3%), 민간소비(2.5%) 등에선 한은과 정부 전망이 똑같다. 진단이 같은데도 처방은 판이하게 달랐다. 정부는 추경을 짠다고 야단법석인데 한은은 이래도 동결, 저래도 동결이다. 오히려 뜬금없이 하반기 물가불안을 금리동결 이유로 둘러댔다. 풀린 만큼 환수해야 하는 총액한도 대출만 성의표시하듯 3조원 늘렸을 뿐이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김 총재의 언급이 틀린 건 아니다. 경제를 한 방에 회생시킬 특효약은 없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이유로 처방 자체를 거부한다면 중앙은행은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여당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이 돌아가며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행태를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 총재의 체면을 한은 독립과 혼동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은은 구성원들의 편견이나 고집, 체면 따위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올릴 때 못 올려서 내릴 때 못 내리는 것인지.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주장을 할 것인지. 김 총재의 설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