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는 조선소 건설에 이어 주력 수출산업인 조선도 저가 수주한 일감 때문에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중견 조선사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한경DB
일감 없는 조선소 건설에 이어 주력 수출산업인 조선도 저가 수주한 일감 때문에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중견 조선사에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한경DB
‘E(earnings·실적)의 공포’가 한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GS건설의 ‘어닝 쇼크’(상장사가 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실적을 발표하는 것)로 촉발된 1분기 실적 우려가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에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고용 비중이 높은 주력 수주 산업이 2~3년 전에 싸게 계약한 물량 때문에 순차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 문제”라고 했다.

○건설 조선 자동차 화학 동반 급락

건설·조선 'E의 공포'…"일자리 산업 기반 급격히 무너지는 중"
12일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지수는 2.93% 떨어진 130.04에 마쳤다. GS건설이 15.00% 급락해 3만5700원에 마감했고 중동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삼성엔지니어링도 9.10% 빠졌다. 대림산업(-2.65%) 현대건설(-1.71%) 등 중동 저가 수주 관련 부실을 털어낸 것으로 평가되는 다른 대형 건설주도 동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어닝 쇼크가 GS건설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GS건설에서 다른 건설사로 퍼지고 있다”며 “다른 회사들이 ‘우리는 GS건설과 다르다’고 말해도 시장은 들은 체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조선 화학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퍼지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주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지수는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큰 낙폭(-3.75%)을 보였고 화학(-2.22%) 기계(-1.61%) 운수창고(-1.45%)도 나란히 하락했다.

현대모비스(-6.63%)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악화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 1조8900억원이 증발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GS건설 여파로 조선주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신뢰를 잃고 있다”며 “어닝 쇼크를 우려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기회에 건설과 조선주를 팔고 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향 조정되고 있는 1분기 실적 추정치

문제는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운송장비업종 10개 종목의 12일 기준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지난 3월1일보다 5.22% 줄었다.

건설업종 6개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296억원에서 967억원 손실로 바뀌었다. 기계(-19.38%) 통신(-14.55%) 화학(-10.63%) 철강금속(-5.81%)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종목별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이 3월1일 20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99.65% 낮아졌고 한진중공업(350억원→183억원) 현대미포조선(198억원→37억원) 롯데케미칼(1650억원→1248억원) 기아차(8941억원→7767억원) LG화학(5081억원→4077억원) 삼성엔지니어링(1683억원→1526억원) 등도 실적 추정치 평균이 크게 떨어져 1분기 실적에 대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가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 조선 건설 화학 등 실적 우려가 커진 종목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주력산업군 전체의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화학 조선 철강 등 업종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