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강석희 CJ E&M 대표 "페라리도 길 없인 못 달리듯 콘텐츠·플랫폼 모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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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제주 사투리가 '우등'
학교서 우등상 준다길래 우동 주는 줄 알았죠
제약 영업하다 엔터업계 입성…직접 부딪혀야 얻는 건 똑같아
예술영화가 화살의 촉이라면 상업영화는 중심잡는 화살의 대
학교서 우등상 준다길래 우동 주는 줄 알았죠
제약 영업하다 엔터업계 입성…직접 부딪혀야 얻는 건 똑같아
예술영화가 화살의 촉이라면 상업영화는 중심잡는 화살의 대
“제주도에서는 가락국수를 ‘우등’이라고 부릅니다. 우동의 제주 사투리가 우등이죠. 일곱 살 때 초등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았는데, 상품으로 진짜 국수를 주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다가 공책을 주길래 울어버렸죠. 하하….”
제주시 애월읍 출신인 강석희 CJ E&M 대표는 국수 마니아다. 서른다섯 살 때 생선회를 처음 먹어봤고 그 전까지는 주로 국수집을 찾아 다녔다. 1980년대 입사 초기에는 서울 무교동 뒷골목의 쫄면집을 찾아 다녔고 국수를 한꺼번에 7인분씩 먹어치우기도 해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를 보고 “씹지도 않고 삼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가 서울 쌍림동에 있는 CJ제일제당 빌딩 지하 면요리 전문점 ‘제일제면소’를 인터뷰 장소로 잡은 게 이해가 갔다. 그는 제일제면소의 인기 메뉴인 소고기 샤부샤부를 먼저 주문했다. “제가 잔치국수를 좋아하지만 국수 한 그릇만 하기는 그렇죠. 우선 국물이 시원한 샤부샤부 먼저 드셔보세요.”
강 대표는 제일제당 제약사업부 영업맨 출신이다. 지금까지 제약 부문에서만 25년을 일했고, CJ미디어 영업본부장으로 옮긴 2004년에야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에 입문했다. 그는 여전히 영업예찬론자다. 젊었을 때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뛰고 부딪치며 얻는 경험이라는 게 지론이다.
“사무직에 근무하는 사람은 큰 톱니바퀴의 톱날 하나라 할 수 있지만, 영업사원은 작지만 완전한 톱니바퀴 그 자체죠. 영업이 단순히 장사만 하는 것 같지만 영업사원 한 명 안에는 해당 사업의 세계가 다 들어 있습니다.”
미디어와 제약사업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적응하기 힘들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신기하게도 하루 만에 적응했다”고 답했다. 그가 선호하는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접근법이 적응을 도왔다.
“영업사원 시절 세상엔 바이어와 세일러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남녀가 사귀는 것도 서로 매력을 사고파는 것의 일종이지요. 미디어로 넘어왔더니, 세상에는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만 있더군요.”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를 그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처음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강 대표는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고,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된 다음에는 콘텐츠가 우위에 선다고 했다. 이것이 콘텐츠와 플랫폼의 ‘섭리’고, 결국 둘 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창작자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플랫폼도 중요합니다. 플랫폼에는 돈이 많이 들죠. 대표적 플랫폼인 백화점이나 극장을 지으려면 엄청난 설비 투자비가 들어갑니다. 학교, 병원 다 마찬가지예요. 플랫폼이 없으면 어떻게 콘텐츠가 소비자를 만납니까. 페라리와 포르쉐가 아무리 좋아도 아우토반이 없으면 달릴 수 없는 것이죠.”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을 모두 경험한 그라서 납득이 갔다. CJ미디어 시절, 콘텐츠사업자(PP)로서 플랫폼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채널번호를 유지해 달라고 읍소한 경험도 있고, CJ CGV 대표로 있을 때는 ‘갑’이 돼서 콘텐츠를 선별하기도 했다.
그는 플랫폼의 힘은 ‘고객의 선호도와 지명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고객은 원하는 상품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런 고객을 어떻게 하면 끌어오고 지킬 것인가가 플랫폼 사업자의 영원한 숙제다. 그는 CGV에서는 CJ E&M이 만든 영화를 많이 배정하고 오래 상영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고객이 외면하면 상품을 바꿀 수밖에 없는 플랫폼의 성격을 무시한 감성적인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했다.
“화살에는 촉이 있고 대와 깃이 있는데, 화살촉이 예술영화입니다. 이게 있어야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들이 나옵니다. 이른바 전위죠. 화살의 중심이 되는 ‘대’는 상업영화입니다. 이런 균형이 잘 이뤄져야 화살이 잘 날아가죠.”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메인 메뉴’인 잔치국수가 나왔다. 손바닥만큼 큰 두부가 면 위에 올라 있는 게 특이했다. 두부 위에는 계란말이와 양파, 파 같은 고명이 알록달록했고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은 싱거운 듯 하면서도 묘하게 짭조름했다. 후룩후룩 면을 먹는 소리에 잠시 대화 속도가 느려졌다. 강 대표가 다시 옛날 얘기를 꺼냈다.
“제가 사는 동네와 좀 떨어진 중학교에 가는 바람에 12세 때부터 혼자 자취를 했어요. 도시락 싸기가 싫어서 점심을 많이 굶었습니다. 그러고선 저녁 때 집으로 와서 꼭 국수를 삶아 먹었죠. 그 무렵인 1968년 석유와 두부 값은 아직도 기억해요. 2ℓ들이 병에 든 석유가 36원, 두부 한 모가 7원이었습니다. 이집 잔치국수에는 두부가 올라와 있어 옛날 맛이 나요.”
CJ E&M은 지난해 ‘광해’와 ‘늑대소년’ 등의 영화를 성공시키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몇몇 영화가 흥행하고 ‘응답하라 1997’ ‘슈퍼스타K4’ 등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문화를 CJ가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강 대표는 이런 비판들이 상당히 억울한 눈치였다.
그는 “문화산업은 돈을 잘 벌기 힘든 비즈니스”라고 했다. 몇몇 영화가 성공해 겉보기에는 많이 남는 것 같지만 과거까지 따져보면 기획과 투자가 실패해 영화 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지만, CJ E&M이 ‘K컬처’를 갖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국가 이익 극대화에 힘쓰는데도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문화산업이라는 게 사실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입니다. 한국문화를 알리면 한국 제품과 음악,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도 많이 오게 되죠. 부대 효과가 큰 사업입니다. 그런데 돈은 돈대로 투자하고 벌지는 못하는데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 땐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져요.”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진정성 있어야 생존"
그럼에도 CJ E&M은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오는 8월 글로벌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의 중국 진출도 기대를 모은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엠넷 채널을 가동 중이고, 아시아를 돌면서 여는 ‘MAMA(Mnet Asian Music Awards)’도 이제는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그는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10곡의 한국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매일 1~2곡씩 듣는 세계인의 모습을 꿈꾼다”고 했다.
“사실 이런 목표는 정말 지난한 일입니다. 언어의 장벽도 넘어야 하고, 현지에 뿌리내리는 작업도 필수적이죠. 미디어산업은 해당국의 규제도 심해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절감하고 있지만 우리 콘텐츠에 점점 익숙하게 만드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10% 정도인 글로벌 매출을 2020년까지 최소한 50%까지 올려 놓는 게 목표예요. 영화부문은 2017년까지 50%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릴 겁니다.”
강 대표는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상생’에서 찾았다. 요즘 개념 논란이 일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CJ E&M에 창조경제란 문화가 산업화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멀티 유즈’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한국 영화 시장은 크지 않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감독, 스태프가 모두 큰 돈을 버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의 반 이상을 거둬들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해외로 뻗어나가 성공한다면 시장 자체가 커지겠죠. 그러면 모든 관련자들이 더 많은 수익의 결실을 누리고, 이 수익이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고 봅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장으로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그는 “젊었을 때 어려운 일부터 시작해야 나중이 편하다”며 위로 대신 “삶은 전쟁,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라고 했다. 청춘을 위로하는 에세이는 잠깐 목을 축여주는 오아시스일 뿐, 사막 같은 전쟁터에 맞는 진지함과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돌직구’였다.
강석희 대표의 단골집 제일제면소 - 소면 등 4가지 국수에 바삭한 튀김 CJ푸드빌의 면요리 전문 브랜드다. CJ그룹의 모태로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도 생산했던 제일제당에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면요리는 예로부터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긴 면처럼 장수하라는 의미로 손님에게 대접했던 음식. CJ는 옛날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제면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나무와 기와 인테리어로 추억과 향수를 살렸다. 제면실에서 면을 뽑아내는 모습과 대형 가마솥에서 팔팔 끓는 물에 면을 삶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남해산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고 밀가루와 물, 천일염 외에는 어떤 재료도 첨가하지 않은 면으로 만드는 ‘제일국수’와 ‘잔치국수’다. 우동면, 소면, 메밀면, 쌀면 등 4가지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깔끔하고 고소한 튀김과 7종의 수제 주먹밥,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고기 샤부샤부, 우동 전골, 치킨 가라아게(닭튀김)도 인기다.
서울 쌍림점, 신사동 가로수길점, 여의도 IFC점, 경기도 판교점 등 네 곳에 매장이 있다.
국수는 7500~8000원, 소고기 샤부샤부 1만8000원(1인), 수제 주먹밥 1500~2500원. (02)6740-7999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제주시 애월읍 출신인 강석희 CJ E&M 대표는 국수 마니아다. 서른다섯 살 때 생선회를 처음 먹어봤고 그 전까지는 주로 국수집을 찾아 다녔다. 1980년대 입사 초기에는 서울 무교동 뒷골목의 쫄면집을 찾아 다녔고 국수를 한꺼번에 7인분씩 먹어치우기도 해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를 보고 “씹지도 않고 삼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가 서울 쌍림동에 있는 CJ제일제당 빌딩 지하 면요리 전문점 ‘제일제면소’를 인터뷰 장소로 잡은 게 이해가 갔다. 그는 제일제면소의 인기 메뉴인 소고기 샤부샤부를 먼저 주문했다. “제가 잔치국수를 좋아하지만 국수 한 그릇만 하기는 그렇죠. 우선 국물이 시원한 샤부샤부 먼저 드셔보세요.”
강 대표는 제일제당 제약사업부 영업맨 출신이다. 지금까지 제약 부문에서만 25년을 일했고, CJ미디어 영업본부장으로 옮긴 2004년에야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에 입문했다. 그는 여전히 영업예찬론자다. 젊었을 때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뛰고 부딪치며 얻는 경험이라는 게 지론이다.
“사무직에 근무하는 사람은 큰 톱니바퀴의 톱날 하나라 할 수 있지만, 영업사원은 작지만 완전한 톱니바퀴 그 자체죠. 영업이 단순히 장사만 하는 것 같지만 영업사원 한 명 안에는 해당 사업의 세계가 다 들어 있습니다.”
미디어와 제약사업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적응하기 힘들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신기하게도 하루 만에 적응했다”고 답했다. 그가 선호하는 본질을 파고들어가는 접근법이 적응을 도왔다.
“영업사원 시절 세상엔 바이어와 세일러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남녀가 사귀는 것도 서로 매력을 사고파는 것의 일종이지요. 미디어로 넘어왔더니, 세상에는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만 있더군요.”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를 그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처음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강 대표는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고,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된 다음에는 콘텐츠가 우위에 선다고 했다. 이것이 콘텐츠와 플랫폼의 ‘섭리’고, 결국 둘 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창작자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플랫폼도 중요합니다. 플랫폼에는 돈이 많이 들죠. 대표적 플랫폼인 백화점이나 극장을 지으려면 엄청난 설비 투자비가 들어갑니다. 학교, 병원 다 마찬가지예요. 플랫폼이 없으면 어떻게 콘텐츠가 소비자를 만납니까. 페라리와 포르쉐가 아무리 좋아도 아우토반이 없으면 달릴 수 없는 것이죠.”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을 모두 경험한 그라서 납득이 갔다. CJ미디어 시절, 콘텐츠사업자(PP)로서 플랫폼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채널번호를 유지해 달라고 읍소한 경험도 있고, CJ CGV 대표로 있을 때는 ‘갑’이 돼서 콘텐츠를 선별하기도 했다.
그는 플랫폼의 힘은 ‘고객의 선호도와 지명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고객은 원하는 상품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런 고객을 어떻게 하면 끌어오고 지킬 것인가가 플랫폼 사업자의 영원한 숙제다. 그는 CGV에서는 CJ E&M이 만든 영화를 많이 배정하고 오래 상영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고객이 외면하면 상품을 바꿀 수밖에 없는 플랫폼의 성격을 무시한 감성적인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했다.
“화살에는 촉이 있고 대와 깃이 있는데, 화살촉이 예술영화입니다. 이게 있어야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들이 나옵니다. 이른바 전위죠. 화살의 중심이 되는 ‘대’는 상업영화입니다. 이런 균형이 잘 이뤄져야 화살이 잘 날아가죠.”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메인 메뉴’인 잔치국수가 나왔다. 손바닥만큼 큰 두부가 면 위에 올라 있는 게 특이했다. 두부 위에는 계란말이와 양파, 파 같은 고명이 알록달록했고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은 싱거운 듯 하면서도 묘하게 짭조름했다. 후룩후룩 면을 먹는 소리에 잠시 대화 속도가 느려졌다. 강 대표가 다시 옛날 얘기를 꺼냈다.
“제가 사는 동네와 좀 떨어진 중학교에 가는 바람에 12세 때부터 혼자 자취를 했어요. 도시락 싸기가 싫어서 점심을 많이 굶었습니다. 그러고선 저녁 때 집으로 와서 꼭 국수를 삶아 먹었죠. 그 무렵인 1968년 석유와 두부 값은 아직도 기억해요. 2ℓ들이 병에 든 석유가 36원, 두부 한 모가 7원이었습니다. 이집 잔치국수에는 두부가 올라와 있어 옛날 맛이 나요.”
CJ E&M은 지난해 ‘광해’와 ‘늑대소년’ 등의 영화를 성공시키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몇몇 영화가 흥행하고 ‘응답하라 1997’ ‘슈퍼스타K4’ 등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문화를 CJ가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강 대표는 이런 비판들이 상당히 억울한 눈치였다.
그는 “문화산업은 돈을 잘 벌기 힘든 비즈니스”라고 했다. 몇몇 영화가 성공해 겉보기에는 많이 남는 것 같지만 과거까지 따져보면 기획과 투자가 실패해 영화 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지만, CJ E&M이 ‘K컬처’를 갖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국가 이익 극대화에 힘쓰는데도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문화산업이라는 게 사실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입니다. 한국문화를 알리면 한국 제품과 음악,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도 많이 오게 되죠. 부대 효과가 큰 사업입니다. 그런데 돈은 돈대로 투자하고 벌지는 못하는데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 땐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져요.”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진정성 있어야 생존"
그럼에도 CJ E&M은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오는 8월 글로벌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의 중국 진출도 기대를 모은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엠넷 채널을 가동 중이고, 아시아를 돌면서 여는 ‘MAMA(Mnet Asian Music Awards)’도 이제는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그는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10곡의 한국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매일 1~2곡씩 듣는 세계인의 모습을 꿈꾼다”고 했다.
“사실 이런 목표는 정말 지난한 일입니다. 언어의 장벽도 넘어야 하고, 현지에 뿌리내리는 작업도 필수적이죠. 미디어산업은 해당국의 규제도 심해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절감하고 있지만 우리 콘텐츠에 점점 익숙하게 만드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10% 정도인 글로벌 매출을 2020년까지 최소한 50%까지 올려 놓는 게 목표예요. 영화부문은 2017년까지 50%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릴 겁니다.”
강 대표는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상생’에서 찾았다. 요즘 개념 논란이 일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CJ E&M에 창조경제란 문화가 산업화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멀티 유즈’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한국 영화 시장은 크지 않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감독, 스태프가 모두 큰 돈을 버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의 반 이상을 거둬들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해외로 뻗어나가 성공한다면 시장 자체가 커지겠죠. 그러면 모든 관련자들이 더 많은 수익의 결실을 누리고, 이 수익이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고 봅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장으로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그는 “젊었을 때 어려운 일부터 시작해야 나중이 편하다”며 위로 대신 “삶은 전쟁, 학교는 훈련소, 사회는 전쟁터”라고 했다. 청춘을 위로하는 에세이는 잠깐 목을 축여주는 오아시스일 뿐, 사막 같은 전쟁터에 맞는 진지함과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돌직구’였다.
강석희 대표의 단골집 제일제면소 - 소면 등 4가지 국수에 바삭한 튀김 CJ푸드빌의 면요리 전문 브랜드다. CJ그룹의 모태로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도 생산했던 제일제당에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따왔다. 면요리는 예로부터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긴 면처럼 장수하라는 의미로 손님에게 대접했던 음식. CJ는 옛날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제면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나무와 기와 인테리어로 추억과 향수를 살렸다. 제면실에서 면을 뽑아내는 모습과 대형 가마솥에서 팔팔 끓는 물에 면을 삶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남해산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고 밀가루와 물, 천일염 외에는 어떤 재료도 첨가하지 않은 면으로 만드는 ‘제일국수’와 ‘잔치국수’다. 우동면, 소면, 메밀면, 쌀면 등 4가지 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깔끔하고 고소한 튀김과 7종의 수제 주먹밥,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고기 샤부샤부, 우동 전골, 치킨 가라아게(닭튀김)도 인기다.
서울 쌍림점, 신사동 가로수길점, 여의도 IFC점, 경기도 판교점 등 네 곳에 매장이 있다.
국수는 7500~8000원, 소고기 샤부샤부 1만8000원(1인), 수제 주먹밥 1500~2500원. (02)6740-7999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