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등록금에 특정분야 의료기피 심화 사회문제로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니느라 떠안게 된 등록금 빚만 40만달러(4억5천만원가량)에 달합니다"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가운데 대학등록금 부담이 `장난이 아니다'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이처럼 허리가 휠 정도의 의과대학 등록금은 의사들이 `돈이 안되는' 특정분야로의 진출을 꺼려 미국의 의료제도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사립 의과대학 등록금은 5만309달러(중간값 기준) 수준이다.

사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등록금을 포함해 연간 27만8천455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립보다 다소 저렴한 국공립 의과대학에 다니려면 연간 20만7천868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과대학 졸업자들의 빚은 1인당 17만달러(1억9천만원가량)에 달했다.

그런데도 의과대학의 인기는 사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의과대학 지원자는 사상 최고 규모에 달했다.

2002년 2만4천884명에 그쳤던 의과대학 지원자는 2012년에는 무려 3만3천772명으로 불었다.

지난해 실제로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도 1.5% 늘어난 1만9천517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그런데도 의사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게 문제다.

수명연장, 인구고령화 등으로 2025년께는 의사가 1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리가 휠 정도의 의과대학 등록금은 의대생들의 빚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돈벌이가 안되는 의료분야로의 진출을 막게 된다.

가뜩이나 부족한 의사가 특정 분야에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얘기다.

데이빗 스코튼 코넬대학 총장도 의과대학을 다니느라 진 빚을 완전히 갚는데 무려 20여년이 걸렸다.

심장전문의로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의대 등록금을 빌려주는 것은 엄청난 투자가치가 있다"며 의대 등록금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의과대학을 비롯한 대학원 등록금의 이자는 연간 6.8∼7.9%에 달한다.

이는 10년짜리 국공채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대출금 이자보다 훨씬 비싸다.

담보나 신용기록없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엄청나게 불어나는 대출금 빚을 겨우 갚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게 학생들의 푸념이다.

뉴저지주에서 마취과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데이빗 린(30)은 의과대학 등록금 등으로 진 빚이 32만5천달러나 된다.

그가 한달에 지불하는 이자만도 450달러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이제야 빚의 원금을 겨우 갚아가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의대 졸업생들이 돈이 안되는 소아과, 암전문의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분야로의 진출을 꺼리게 또다른 사회문제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로리다대학 의대생인 제이콥 번스(23)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등록금 관련 빚이 22만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그는 소아과나 암 전문의 같은 `품만 들고 벌이는 별로인' 분야의 의사는 아예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의과대학협회에 따르면 의과대학 졸업자의 27%가량이 등록금 빚을 감안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등록금 이자를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