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 발상을 전환해야 길이 보인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 생각지 못한 변수들로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필자도 사업 초기에는 이름 없는 베트남쌀국수집 사장이었다. ‘호아빈’이란 이름을 내걸고 창업했을 때 이미 국내에는 여러 개의 베트남쌀국수 전문점이 문을 열고 있었지만 필자는 시장의 트렌드와 성장성을 믿고 과감히 도전했다.

창업 초기에는 베트남쌀국수 특유의 향을 줄이기 위해 1년간 육수 개발에만 몰두했다. 어떻게 하면 깊고 진한 쌀국수의 맛을 거부감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다.

필자의 집에서 육수 끓이고 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니 온 동네에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결국 한국 보양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베트남쌀국수 특유의 향을 순화시키면서도 본연의 맛을 잃지 않은 육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맛과 품질에 자부심을 갖고 보란듯이 직영점을 오픈했다. 그러나 손님은커녕 파리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맛에 자신이 있어도 고객들은 여전히 베트남쌀국수를 낯설게만 느꼈다. 투자비가 적어 입지상 불리한 빌딩 3층에 가게를 오픈, 찾는 손님이 더더욱 없었다.

결국 대부분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필자는 결단을 내렸다. ‘쌓여 있는 재료들을 재고로 썩혀 버리지 말고, 차라리 그 재료로 무료 시식을 시켜 고객들에게 베트남쌀국수의 맛이라도 알려보자’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필자가 직접 거리로 나가 발로 뛰며 무료 시식 쿠폰을 뿌리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베트남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사람과 건물의 경비아저씨 등 많은 사람들에게 공짜 쿠폰을 돌리고 맛을 보게 했다.

맛을 본 사람들의 재방문이 이어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쿠폰을 배포한 지 3개월이 지나자 매출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가맹점 요청이 줄을 이었다.

만약 첫 매장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필자가 자리 탓, 음식 탓, 트렌드 탓만 하며 넋을 놓고 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필자는 호아빈의 순항에 탄력을 받아 ‘코코샤브’ ‘엔타이’ 등 후속 브랜드도 선보일 수 있었다.

창업자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음식문화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취향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똑똑한 매니저가, 솜씨 좋은 주방장이 매장을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모든 결과물은 점주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 마인드와 발상을 전환해 보자.

우직하게 발품을 팔면 언젠가 보상을 받게 마련이다.

박규성 < 호아빈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