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4일 오후 3시30분

해외 ‘큰손’ 연기금인 테마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국내 투자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 일정을 잡았다가 돌연 취소했다. 북한 리스크를 예상보다 우려스럽다고 판단해 공식 일정을 잡아놓고 이례적으로 방한을 취소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은 지난 12일 방한해 정례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달 초쯤 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테마섹 최고경영자(CEO)이자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의 부인인 호칭 여사를 비롯해 이사회 멤버와 본부장 등이 대거 내한하는 공식 일정이었다.

테마섹은 매년 특정 국가를 정해 정례 이사회를 개최하고 해당 국가의 투자 환경을 점검한다. 올해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한국을 지정하고 한 달 전부터 방한 일정을 잡았다. 테마섹 고위 임원들은 국내 고위 관료뿐만 아니라 연기금, 사모투자(PEF), 증권회사 관계자들과 미팅을 줄줄이 잡아 한국에서의 투자 기회를 살필 예정이었다.

자산 규모 176조원(2011년 말 기준)을 자랑하는 테마섹은 국내 상장사인 서울반도체와 셀트리온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또 투자 자회사인 파빌리온을 통해 국내 PEF인 한앤컴퍼니, IMM PE 등에 출자하기도 했다.

한 IB 관계자는 “테마섹이 올해 한국에서 정례 이사회를 열려고 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을 유망하게 봤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점점 도발 강도를 높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도 테마섹에 이어 방한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 자산 규모만 276조원에 달하는 GIC는 지난달 메리츠화재에 555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