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 내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가 산업용 공조기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 내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가 산업용 공조기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은 30여개 중소업체들이 연간 약 15만의 주물을 생산하는 수도권 최대 주물단지다. 이곳에선 자동차·기계 및 선박 등의 부품을 만들어 전국으로 실어 보낸다.

공단 주변에는 목련꽃이 탐스럽게 피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기업인은 봄날의 따뜻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진 데다 공장 이전이 마냥 미뤄지면서 환경설비 투자비용까지 추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닥 기는 주물경기

경인주물조합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5개 주물업체의 공장가동률은 80~9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 기계(20여개)나 선박용 부품(3개)을 만드는 나머지 주물업체 공장들은 50~70% 돌리는 데 그치고 있다. 기계와 조선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관련 주물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 선박용 부품업체 관계자는 “일감이 크게 줄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선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있는 업체 중 23개(주물업체 10개, 주물 원·부자재업체 13개)는 충남 예산에 48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었다.

주물공단은 당초 서울 영등포와 뚝섬 등에 산재해 있던 주물업체를 끌어모으기 위해 1983년 출범한 곳이다. 그러나 공단이 아파트로 둘러싸이고 환경 관련 규제도 강화돼 업체들이 이전을 추진해왔다.

2009년부터 준비한 예산단지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1년 초 착공하고 올해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공단조성사업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예산이전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옥섭 대광주공 사장(전 경인주물조합 이사장)은 “충남도가 예산의 신소재산업단지 조성을 승인했으나 주민들이 관할 법원에 ‘산업단지승인 취소 소송’을 내는 바람에 일이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환경설비 투자비 추가 부담

부지 매입과 토목공사 등에 약 600억원이 투입되는 예산신소재산업단지는 예산 주민과 충남도 간에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류 사장은 “입주 희망업체들이 약 250억원을 모아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돈이 현재 묶여 있다”고 답답해했다.

공장 이전이 늦어지면서 주물업체들은 환경설비 투자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이 지역 주물업체들의 모임인 경인주물조합의 정성모 전무는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인 업체들이 지난해 개정된 환경법 적용을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공장 이전이 늦어지면서 환경설비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며 “업체당 5억~10억원을 대기오염 방지설비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환경설비는 공장이전시 재활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 전무는 “주물은 대표적 뿌리산업인데 현장에선 뿌리산업에 대한 배려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