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첨단 창조적 농업은 가능한 일인가
경제이론 중에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이 있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시켜 합리성과 이기심에서 자꾸 일탈하는 경제주체인 인간을 해석하고자 하는 경제학의 신조류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은 일은 그 가능성을 부풀려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동부팜한농에서 화옹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동부팜한농은 “세계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토마토 생산시설을 조성했지만 일부 농협과 농민단체, 농가들의 곡해와 불신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고 있어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간척지를 대상으로 첨단유리온실을 조성, 생산·가공·유통의 규모화·집적화로 경쟁력있는 수출농업기반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농업인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시범사업의 대상지 및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에 직접 참여한 필자로서는 착잡한 심정일 따름이다.

농식품산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농식품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농정의 핵심축을 소득 증대, 복지 확대, 경쟁력 강화에 두고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 시대에 농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안은 무엇인가. 최우선으로 시설 현대화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수출 농업을 육성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업계에 외부 자본 및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산자 단체로서 농협의 기능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 중단 선언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대기업의 농업생산에 대해 반대하는 농업인들은 자금력, 조직력 등에서 대기업과는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기업의 경쟁력 때문에 대기업의 농업생산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들로서는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의 경쟁력을 수출농업 육성이나 R&D 분야 등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행태경제이론에 비추어 볼 때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농업인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동부팜한농은 백기를 들었다. 동부팜한농은 농약, 비료, 농자재 등 농업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대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토마토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할 때 농업인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부팜한농이 보도 자료에서 표현한 것처럼 ‘농업인의 일원이며 농업인을 위한 기업’임을 농업인들로부터 인정받도록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생산자 단체인 지역 농협과 중앙회가 시장에서 열위에 있는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서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시장 참여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그간 생산자 단체로서의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 기업에서 뛰어들 여지를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문제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수출전문단지를 철저히 관리한다”는 보도자료 및 불필요한 오해 확산 방지를 위한 자료를 관계기관에 배포하던 중에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이 “농업정책을 너무 뚝딱 만든다”면서 정부의 유리온실 정책을 비판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창조적인 농업 미래를 위한 농업정책의 근본 취지를 오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동부팜한농이 비록 사업중단을 선언했지만 우리 농업계의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이 유리온실을 소중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대기업의 농업생산분야 참여에 대한 농업인들의 우려, 참여 기업의 불안감, 농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민 등을 모두 모아서 농업인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재선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jaesunro@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