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 "지구촌 곳곳에 불고 있는 K팝 열풍…한국인 재능, 미국이 나팔수 돼야 세계화"
“한국의 재능은 미국이 나팔수가 돼 불어줘야 세계화되고 돈도 생긴다.”

시인 김지하 씨(72·사진)는 지난 12일 오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강연회에 이어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싸이의 ‘말춤’이나 K팝을 보라”며 “미국은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존 방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여행이 이번이 네 번째다. 사실 올 때마다 반동이니, 친미파니 욕을 먹었다”며 “미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궁금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왜 기후협약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왜 이슬람 국가와 그렇게 싸웠는지 등이 궁금해 미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옳은지, 그른지와는 다른 문제”라며 “한때 제국주의를 했던 점 등 고쳐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애틀랜타와 휴스턴 사이를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는데 큰 도로에 내가 타고 있는 차 한 대, 그리고 숲과 개울만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생태학적 쾌적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라며 “캘리포니아의 수십만대 풍력발전기, 애리조나주에 준비 중인 사막 농토개선사업 등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 김정은에 대해 “그런 ‘애’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공산주의라는 게 먹자고 시작한 것인데 (북한은) 3대에 걸쳐 세습왕조를 만들고 남한이 좋은 뜻으로 가져간 지원금으로 핵폭탄을 만들고, 인민 300만명이 굶어 죽은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폭탄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등이 이미 갖고 있고, 일본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어 쓰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주식시장은 핵폭탄 위협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겁내지 않으면 효과도 없다. 국민은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이상한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완벽이라는 게 없다. 이것은 유럽 정치과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라며 “민주주의는 완전형이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허상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유신을 반대한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만나고 싶어할 때도 거절했던 것”이라며 “다만 그가 원주에 오면서 지학순 주교의 묘소에 참배하고 사과를 하면 만나겠다고 했고, 그가 그렇게 해서 만났다”고 밝혔다. 또 “그때 (박 후보가) 내공이 쌓인 것을 보고 그것을 잘 활용하라고 하고는 두 가지를 부탁했다”며 “문화를 개방하라는 것과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유임시키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났는데 슬픈 눈과 독한 눈을 모두 가진 진짜 군인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정권의 불통 논란에 대해 “정권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은 민주통합당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 후 일각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허름한 촌놈으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고 반박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