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확산되는 아프리카의 '反中정서'
최근 기자가 만난 건설회사의 아프리카 서남부 국가 나미비아 주재원 A과장은 현지에서 당한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친 한 무리의 현지인들이 “중국인이냐”고 물으면서 다짜고짜 달려들어 폭행을 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급하게 “중국인이 아니다. 한국인이다”고 외쳤지만 마침 여권이 없어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폭행을 당하진 않았지만, 가방을 빼앗겼다. A과장은 “아프리카의 반중(反中)정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아프리카를 수탈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라미도 사누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중국은 과거 서구 열강과 같은 착취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프리카에 새로운 제국주의가 등장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누지 총재는 “중국은 아프리카의 석유와 광물 등 자원을 가져가고 공산품을 우리에게 판다”며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산업 공동화를 유발해 아프리카가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건·사고도 잇따른다. 지난해 8월에는 잠비아 석탄광산에서 중국인 관리자가 피살됐고, 올 2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인 의사 3명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졌다.

3월에 취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해외 순방지로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잡는 등 최근 아프리카 ‘달래기’에 나선 이유다.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콩고 의회 연설에서 “힘닿는 데까지 아프리카 원조를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탄자니아에는 2015년까지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하는 등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그만큼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까. A과장은 “북한 때문에 유명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매일 전해지는 북한의 전쟁 위협 때문에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한국이라는 국가의 활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보인 건 지난 2월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단체로 아프리카 대사들을 만난 정도다. A과장은 “중국에 대한 아프리카의 반감이 심각한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략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프리카에 제대로 파고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