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을 겨냥한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쏟아지면서 논란도 가열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에는 일감 규제를 놓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재벌 계열사 간 모든 거래를 불법거래로 간주하고 일부 예외만 인정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외라는 것도 계열사 외에는 필수 부품을 만들지 않는 등 세 가지 제한된 경우에 한정되는데다 기업 측이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사실상 모든 내부 거래를 일감몰아주기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런 혐의를 받지 않으려면 계열사들을 다시 합병하라는 얘기가 되고 만다. SK C&C가 관계사인 SK엔카와 합병하기로 발표한 것도 그렇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있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이 대상이지만,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소위 재벌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촘촘한 하도급망으로 연결돼 있는 중소·중견기업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더 많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당한 사이즈의 중소기업 중에서 오로지 중소기업 지정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을 분할한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삼는다면 더 심각할 수 있다. 대기업 따로, 중소·중견기업 따로가 아닌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주범이라며 대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을 몰아냈던 결과도 그렇다. 이 조치는 결국 재벌 MRO를 이용하던 대다수 중소기업의 구매비용만 10% 가까이 높여 놓고 말았다.

이런 식의 부메랑은 하도급법 개정안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가 아니라 2, 3, 4차 등으로 내려가는 협력사들 간의 거래, 다시 말해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분쟁을 폭발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등기 임원의 연봉 공개방안도 마찬가지다. 박수를 치던 일부 중소기업 등기임원들이 정작 자신들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들조차 연봉공개는 안되겠다며 고개를 흔드는 상황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탈세와 증여 조사도 막상 중소·중견기업가들에게 더한 타격을 주고 있다. 동네 빵집 살린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적합업종제도가 기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권리금만 잔뜩 올려놨다는 사실도 그렇다. 결국 부작용은 돌고 돌아 모두에게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붕괴로 치닫고 있는 게 지금의 경제민주화법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