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홍콩~나리타~인천~LA
공항 보안수색에도 안걸려
밀입국 루트 여부 정밀 조사
15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미국 LA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 보잉747-400 항공기의 승무원 침실(벙커) 천장에서 중국인 여성 3명이 발견됐다.
이들은 탑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2시간 후 LA공항 보안요원들이 계류장에 정차한 항공기에 대해 기내 보안검색 및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초췌하고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천장 좁은 공간에 쭈그려 앉아 있던 이들은 보안요원들에 의해 즉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으로 끌려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측 조사 과정에서 미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P가 한국 등에 이들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하지 않아 밀입국 동기와 인적사항, 숨어 지내는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보안당국은 이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탑승해 3일가량 숨어 지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아시아나항공은 “LA공항에서 이들이 숨어 있던 비행기와 블라디보스토크 운항 항공기(A320)는 기종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안당국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인천 등에서 환승했거나 △홍콩에서 몰래 탔을 가능성 등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아시아나 보잉747-400 항공기는 지난달 28일 인천공항에서 2시간 동안 기내 청소와 보안수색을 거쳐 홍콩공항으로 갔다가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이어 인천공항과 나리타공항을 오간 후 28일 오후 4시30분 인천공항에서 미국 LA로 출발, 29일 오전 3시(한국시간) LA공항에 도착했다.
문제는 아시아 주요 공항에서 항공기에 대한 기내 보안수색을 거쳤음에도 밀입국 여성 3명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보안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위조여권과 위조항공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안에 숨어서 밀입국할 수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며 “영화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항공기 전문가들은 보잉747-400 항공기의 구조가 복잡해 사람이 숨을 만한 공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국 측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항공기 보안점검을 강화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또 다른 보안 관계자는 “중국인이 한국을 거쳐 미국에 밀입국한 과정에 중국 브로커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며 “항공기의 구조와 운항 스케줄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밀입국 루트로 악용했을 소지도 높아 정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