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감몰아주기 '전방위 규제'] 박근혜 대통령 "경제민주화, 무리한 것 아닌지 걱정"
정치권이 대기업을 겨냥해 준비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 재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당초 경제민주화 공약보다 제재 강도가 훨씬 센 데다 대기업 집단 내 경쟁력 향상, 경영 효율화를 위한 일상적 내부거래까지 포괄적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서다. 재계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는 대다수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깨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43개 그룹)이 계열사와 거래할 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를 제공하거나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할 경우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 행위만 규제하던 기존 법률보다 제재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내부거래가 상당히 유리한지, 특혜를 준 것인지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모든 내부거래를 일단 ‘부당 행위’라고 판단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개정안은 뿐만 아니라 부당거래가 아닐 경우 그 입증 책임을 해당 기업에 지웠다. 과징금 부과를 피하려면 기업 스스로 내부거래의 정당성을 소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정안은 또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에 대해 ‘징역 3년 이하,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담았다.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 모든 내부거래를 일단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고 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겠지만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태명/도병욱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