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민 의원 "좌클릭·우클릭 논쟁하다 민생만 소홀"
“이념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민주통합당 강령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좌클릭’이니 ‘우클릭’이니 쓸데없는 논쟁이 반복될수록 국민만 지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마련된 강령 개정 초안에서 기존 강령에 명시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문구를 삭제하는 등 당의 노선을 중도 지향으로 대폭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의원은 “강령은 정치를 올바르게 하기 위한 이념적 도구인데 여기에 지나치게 함몰돼서는 안된다”며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민생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각종 세미나 등에서 진보 성향의 학자들도 그런 주문을 많이 했다”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위해 중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도’란 표현 자체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이 의원은 “‘중도’란 문구로 인해 ‘공리공담(아무 소용이 없는 헛된 논쟁)’만 양산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한ㆍ미 FTA 재검토’ 문구 삭제와 관련해 “통상 정책은 국익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일단 (FTA를) 실행하되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민주당이 주장한) FTA 재협상도 이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실질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리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존중하는데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게) 반기업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촉진·지원하겠다는 문구를 함께 넣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도 선별적 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쳐지면서 성장을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령 개정에 대해 당내 반발도 나온다. 홍영표 의원은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문제야말로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런 부분까지 전면적으로 손댄다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훈 비대위원은 “중도 노선을 강화하는 것은 괜찮지만 지금까지 당의 중지가 모아졌던 ‘한ㆍ미 FTA 재협상’이나 ‘보편적 복지’를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강령 개정이) 진보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우클릭’이라기보다 좀 더 포용적이고 유연한 가치로 가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