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엔화 약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엔화 대출을 상환하거나 원화 대출로 갈아타는 자영업자와 기업이 급속히 늘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 기조를 보임에 따라 ‘달러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7220억엔(약 8조2600억원)으로 작년 말(7608억엔·약 8조7000억원)보다 388억엔(4400억원)가량 감소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재무기획부 연구위원은 “2008년 이전 엔저 시절에 엔화 대출을 받았다가 서브프라임 위기 및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격한 엔고 현상으로 큰 손해를 본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지난해 이후 이어진 엔저 시기를 이용해 대출을 상환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엔고로 인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 대출은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6개 은행의 달러 대출 잔액은 작년 말 58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로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대출을 받아 원화로 환전했을 때 대출 금액이 늘어나는 효과 때문에 달러 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다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이 경우 달러 대출을 상환할 때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의존해 당장 엔화 대출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 연구위원은 “엔화 대출을 무턱대고 줄이기보다는 방향성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오히려 당장의 비용 측면만 고려했을 때는 엔화 대출을 쓰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