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과외 습관에 허우적대는 대학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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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위해 과외하는 무개념 학생들…대학원 입시학원까지 호황인 데야
창조경제 짊어질 창의교육 되겠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창조경제 짊어질 창의교육 되겠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일전에 이웃 대학 교수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다. 요즘 신세대들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일종의 ‘문화충격’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주범이 교수의 강의라는 거다.
최고의 강의 기술을 자랑하는 명강사의 직강 및 동영상 강의에 익숙해진 대다수 학생들은 “교수님! 저희가 알아듣기 쉽게 요약 설명해주세요”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시험공부에 필요한 참고서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데야, 교수들 입장에서도 문화충격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학 강단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전국 각지의 강의실 풍경 또한 문화충격의 대상이다. 강의 도중 친구가 보낸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교수나 친구들 눈치 볼 일도 없다는 듯 즉시 일어나 나가는 학생들 이야기나, 시험문제를 미리 가르쳐달라기에 공부시킬 요량으로 예상문제를 나누어주었더니 아예 답안까지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통에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는 애교 섞인 투정으로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애정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모자라 한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에 앉아 수업을 받다 강제 퇴실된 이야기에 이르면 나 자신도 정말 믿겨지지 않아 당혹스럽기만 하다.
와중에 대학생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이제 공교육 위기가 고등학교 교실을 넘어 대학 강의실까지 깊숙이 번져온 것은 아닌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일찍이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에서부터 교사 임용고시 및 언론고시를 거쳐 회계사, 변리사 등 ‘꿈의 자격증(?)’ 취득시험에 이르기까지 ‘취직 수험생’들을 위해 고시학원 및 고시촌이 성행해왔음은 익히 알려진 터.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각종 대학원 입시학원이 덩달아 호황을 누리게 됐음도 널리 알려진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졸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영어점수를 높이고,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덧붙여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훈련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 모습 또한 너무나 익숙해진 풍경이다.
여기에 새로운 대학 사교육 시장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학에서의 학점 관리를 위해 등장한 ‘알바’란다. 졸업을 위해 필히 이수해야 되는 필수과목이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과목을 중심으로 대학생 고객 과외시장이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들 대학생 고객을 가르치는 과외선생은 주로 대학원생인데 때로는 환상적인 학점을 자랑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모시기도 한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사교육에 의존해온 세대인 만큼 사교육에 대한 향수가 남달리 강한 탓인지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발동하는 모양이다.
지극히 걱정스러운 건,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만이 살 길이란 구호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되고 있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21세기형 리더십의 핵심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이란 주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의 목소리를 빌려 강조되고 있건만, 21세기를 책임질 미래세대가 모여 있는 강의실에선 창조력은커녕 극히 기본적 자질이라 할 자율성 및 책임감과 싸우고 있는 중이란 사실이다.
이미 공고히 제도화된 사교육 시장의 역할 및 영향력을 부인하는 것이 비현실적 주장이라면, 차제에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 균형 잡힌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교육이 ‘물고기를 잡아 먹여주는’ 도구적 성격이 강한 교육이라면, 공교육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본연의 자세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 일이다. 적어도 대학 강의실이라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미래를 위해 충분히 가치 있는 과정임을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최고의 강의 기술을 자랑하는 명강사의 직강 및 동영상 강의에 익숙해진 대다수 학생들은 “교수님! 저희가 알아듣기 쉽게 요약 설명해주세요”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시험공부에 필요한 참고서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데야, 교수들 입장에서도 문화충격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대학 강단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전국 각지의 강의실 풍경 또한 문화충격의 대상이다. 강의 도중 친구가 보낸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고는 교수나 친구들 눈치 볼 일도 없다는 듯 즉시 일어나 나가는 학생들 이야기나, 시험문제를 미리 가르쳐달라기에 공부시킬 요량으로 예상문제를 나누어주었더니 아예 답안까지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통에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는 애교 섞인 투정으로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애정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모자라 한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에 앉아 수업을 받다 강제 퇴실된 이야기에 이르면 나 자신도 정말 믿겨지지 않아 당혹스럽기만 하다.
와중에 대학생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이제 공교육 위기가 고등학교 교실을 넘어 대학 강의실까지 깊숙이 번져온 것은 아닌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일찍이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에서부터 교사 임용고시 및 언론고시를 거쳐 회계사, 변리사 등 ‘꿈의 자격증(?)’ 취득시험에 이르기까지 ‘취직 수험생’들을 위해 고시학원 및 고시촌이 성행해왔음은 익히 알려진 터.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각종 대학원 입시학원이 덩달아 호황을 누리게 됐음도 널리 알려진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졸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영어점수를 높이고,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덧붙여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훈련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 모습 또한 너무나 익숙해진 풍경이다.
여기에 새로운 대학 사교육 시장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학에서의 학점 관리를 위해 등장한 ‘알바’란다. 졸업을 위해 필히 이수해야 되는 필수과목이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과목을 중심으로 대학생 고객 과외시장이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들 대학생 고객을 가르치는 과외선생은 주로 대학원생인데 때로는 환상적인 학점을 자랑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모시기도 한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사교육에 의존해온 세대인 만큼 사교육에 대한 향수가 남달리 강한 탓인지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발동하는 모양이다.
지극히 걱정스러운 건,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만이 살 길이란 구호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되고 있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21세기형 리더십의 핵심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이란 주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의 목소리를 빌려 강조되고 있건만, 21세기를 책임질 미래세대가 모여 있는 강의실에선 창조력은커녕 극히 기본적 자질이라 할 자율성 및 책임감과 싸우고 있는 중이란 사실이다.
이미 공고히 제도화된 사교육 시장의 역할 및 영향력을 부인하는 것이 비현실적 주장이라면, 차제에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 균형 잡힌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교육이 ‘물고기를 잡아 먹여주는’ 도구적 성격이 강한 교육이라면, 공교육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본연의 자세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 일이다. 적어도 대학 강의실이라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미래를 위해 충분히 가치 있는 과정임을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