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부당거래, 기업이 아니라 공정위에 입증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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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제재 경제계 강타
(2) 공정위도 갸우뚱하는 '졸속 입법'
"수직계열 내부 거래도 제재 대상 아니다"
국세청은 '감사원 소급과세 권고'에 반대
(2) 공정위도 갸우뚱하는 '졸속 입법'
"수직계열 내부 거래도 제재 대상 아니다"
국세청은 '감사원 소급과세 권고'에 반대
!["계열사간 부당거래, 기업이 아니라 공정위에 입증 책임"](https://img.hankyung.com/photo/201304/01.7363310.1.jpg)
○고무줄 잣대 논란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16일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지고 있는 것처럼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법조문을 명확히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지게 되면 특정 거래가 부당 내부거래인지를 놓고 기업과 공정위가 법정 다툼을 벌일 때 기업이 유리한 판결을 받기가 쉬워진다.
공정위는 또 부당 내부거래 제재범위와 관련,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일감 몰아주기만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직계열화된 거래는 원칙적으로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가 추진 중인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공정위가 이날 이 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무위 개정안이 기업들의 정상적 거래관행에 지나치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안대로라면 기업들이 내부거래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거래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TV를 만드는 LG전자가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을 때 왜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공급처에서 배제했는지 소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감사원이 삼성 현대자동차 SK CJ 등 9개 대기업집단 총수에 대해 2004년부터 증여세를 소급 적용해 과세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국세청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오래전에 법적 검토를 거쳐 과세가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을 이제 감사원이 등을 떠민다고 해서 과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무작정 대기업을 때리려는 시도에 대해 국세청도 억지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여세법 위헌 논란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정치권의 졸속 입법은 더 있다. 2011년 12월 정치권이 통과시킨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 법은 특정 기업 대주주가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주로 있는 특정 회사와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사실상 증여를 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매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A사의 대주주가 친인척이 주주로 있는 B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B사 대주주인 친인척에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거래(매출) 비중이 30% 이상일 경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수혜 기업(일감을 받는 기업)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올해 7월 말 최초 과세를 한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논의 초기부터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증여세는 ‘증여’를 통해 재산가치가 늘었을 때 개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인데, 기업의 이익이 늘었다고 그 주주에게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법리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일감을 받은 기업은 발생한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고 해당 기업 대주주는 소득세를 내는데, 증여세를 추가로 내는 건 이중과세란 비판도 나온다. 2011년 8월 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높거나 낮은 가격이 아니라 정상 가격으로 일감을 몰아줘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외국에도 없다”며 “위헌 논란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주용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