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준비 중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에 대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히면서 여당이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박민식 의원(새누리당 간사)은 16일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정말 쟁점이 많고 대단히 복잡한 법률이라 갈 길이 상당히 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법안 심사 자료 중 이 항목, 저 항목 핀셋으로 뽑듯 해서 여야 합의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본격적인 법안심사는 이제부터 시작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소위 위원인 김종훈 의원도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과도한 것도 있다’며 “국가 경제가 어려운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7명으로 구성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17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체입법안을 준비하는 등 소위 위원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30여개 심사 안건 중 24번째에 상정된 상태다. 정무위 관계자는 “17일 회의에서 심사를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청와대가 경제민주화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쏟아붓고 있다”며 “입법권에 대한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