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두산인프라코어 협력사의 날’ 행사가 열린 지난 2월21일 인천 송도 쉐라톤워커힐호텔. 이상길 (주)성우 사장이 연단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이 우리 생산현장에서 혁신활동을 도와주는 모습에서 동반 성장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공작기계 부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협력사 경쟁력강화지원단과 함께 품질무결점 활동을 펼쳐 불량률을 5%에서 1%로 낮췄고,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은 두 배로 높였다. 이 성과로 성우는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주최 행사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와의 협업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납품업체들의 자발적인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 스스로 조직을 꾸려 지원 인력을 파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경영전략이다. 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최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함께 일구는 창조경제] 인재·기술 나누고 자금 지원…대기업-협력사 '동반 불패'

◆“협력사가 잘 돼야 우리도 산다”
주요 기업들이 협력사를 지원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다. 최고 품질의 부품과 소재를 써야 완제품도 글로벌 최고 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납품 회사의 연구·개발(R&D)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삼성전자는 1000억원을 내놓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신기술개방공모제를 지난해 신설했다. 삼성전자와 거래가 없는 기업이라도 기술력에 자신만 있으면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들의 기술개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연다. 협력사를 단순 부품 공급회사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현대차그룹은 부품별로 경력 10년이 넘는 전문가들을 납품회사에 파견해 R&D 활동을 도와주는 기술지원단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기자재 국산화 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노력도 돋보인다. 이 회사는 플랜트 기자재용 해외 수입품의 사양을 분석해 납품회사에 제공하고 해당 기업의 기술 유출을 보호하는 ‘기술임치제’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의 국산화로 지난해 34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LG는 △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사업지원 △금융지원 △협력사와 소통 강화 등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5대 전략과제를 세워놓고 계열사별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성과 공유로 실질적 혜택 늘린다
상당수 협력업체들은 수준 높은 기술을 갖추고도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의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춰 놓고 있다.

작년 말 27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만든 SK그룹은 3210억원까지 한도를 키울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1661억원을 협력사에 대출해 줬다. GS칼텍스는 현금결제 원칙을 깐깐하게 준수하고 있다. 제품에 문제만 없으면 납품 1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실적이 좋은 우량 회사는 2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어 불확실성을 덜어준다.

단편영화, 예술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지원하는 CJ CGV의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상영 극장을 구하기 어려운 다양성 영화를 연중 상영하는 전문브랜드인 ‘무비꼴라쥬’를 운영해 영세 제작사와 영화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협력사와 사업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고 성과를 나눠 갖는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는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는 669개 중소기업에 1328억원의 성과보상금을 지급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며 “동반성장의 의미가 잘 담겨 있고 반응도 좋다”고 소개했다.

대형마트들은 협력사와 자체상표(PB)를 공동 기획해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기존의 PB를 개선해 제조사의 브랜드를 앞에 내세우는 MPB 상품으로 발전시켰다.

이 밖에 지원 범위를 2, 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덜어주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