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저가 수주 부메랑이 '어닝쇼크'로 되돌아온 탓에 건설사를 계열사로 둔 지주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 계열사의 실적 쇼크에 덩달아 된서리를 맞거나 내부 자금을 수혈했다가 주가 폭락은 물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1시 22분 현재 GS그룹의 지주사인 GS는 전날 대비 2100원(3.99%) 내린 5만500원을 기록하며 5거래일째 추락하고 있다. 계열사인 GS건설이 지난 10일 영업적자 5354억원, 순손실 3860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GS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S는 GS건설과 실제 지분 관계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며 GS건설에 자금 지원을 한 것도 아니지만 시장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부실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주력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지배구조 리스크를 증폭시킨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만도는 자회사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3786억원을 지원했다. 대규모 자금 출혈 우려에 만도 주가는 지난 12일 공시 이후 현재까지 27% 이상 추락했다.

두산은 지난 2월 재무위기 빠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두산중공업을 통해 1조원대 자금을 투입했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연초보다 13% 이상 빠진 상태다. 이날도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9.18% 급락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지주사들은 부진한 주식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CJ는 계열사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올 1분기 시가총액이 전분기보다 11.18% 늘었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사를 보유하지 않은 CJ는 음식료,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내수 업종에 진출해있다.

LG의 경우 시총이 전분기 대비 4.3% 감소했지만 LG전자, LG디스플레이의 선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근본적으로 지배구조 리크스를 잠재우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 리서치세터장은 "건설 경기가 단기적으로 좋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각종 그룹 차원의 대책들은 급한 불 끄기에 그치게 될 것"이라며 "그룹 리스크가 확산돼 최후의 수단으로 건설 계열사를 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