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잉규제 속에 갇힌 기업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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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기업활동인 계열사간 납품
범죄로 몰아가는 비상식적 발상
정치가 기업경쟁력 깎아내려서야"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범죄로 몰아가는 비상식적 발상
정치가 기업경쟁력 깎아내려서야"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해도 너무한다.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식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나라는 없다. 납품 가격 깎는 것에는 3배의 징벌배상, 주식가격이 오르면 상속증여세 부과, 순환출자 금지, 대형마트의 판매 품목 제한, 대형 빵집의 신규점포 출점 금지…. 줄줄이 이어져온 대기업 때리기가 급기야 기업집단의 계열구조를 무력화시키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느낌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때문에 하는 말이다.
계열사들 사이에 부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것이 부당 내부거래가 아님을 자신이 입증해야 한다는 규제가 특히 문제다. 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려면 거래 대상 제품의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싸거나 또는 비싸게 거래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텐데,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어디 하나의 숫자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가격이고, 거래하는 상대방마다 달라지는 것이 또한 제품의 가격이다.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배임죄가 이미 그렇듯이 이 규제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것이다. 계열사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낙인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이 마치 무슨 범죄나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사실은 매우 자연스러운 기업활동일 뿐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액정을 삼성 계열인 S-LCD에서 조달하고, LG전자는 액정화면을 LG디스플레이에서 조달하는 것이 일감 몰아주기이다. 이것이 범죄라고 하니 범죄에서 벗어나려면 그 반대의 것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액정을 갖다 쓰고, LG전자는 삼성 계열 S-LCD의 액정을 납품받아 쓰는 식 말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위해서 일감 몰아주기를 범죄로 낙인찍겠다는 것인가.
물론 기업들이 그런 방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사의 부품을 가져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종제품 생산자와 부품 생산자가 서로 믿고 신제품 개발을 위해 분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제품 개발에 관한 정보를 경쟁사와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기업들은 합병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같은 계열사를 합병하는 식 말이다. 이것도 내용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같은 회사 안에 있는 사업부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합병의 결과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거대기업이 출현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비효율이 늘어날 것이다. 원가는 오르고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이윤이 줄어서 기업의 가치도 낮아질 것이다.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이윤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도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 터이니 결국 국민들도 어리석은 입법 활동의 유탄을 맞게 될 것이다.
물론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총수가 사익을 챙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것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부당 내부거래는 이미 과징금 부과대상이고 대규모 내부거래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하게 돼 있다. 편법 상속은 15년 전까지 추적해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배임죄를 걸어서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이 많은 규제를 두고 또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선단식 구조와 내부거래는 한국 기업을 키워온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그것들을 원천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당신들이 벌이고 있는 저주의 굿판이 국민들에게 해롭지 않음을 입증하라고. 못 하겠다면 지금 당장 그 굿판을 걷어치우라.
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
계열사들 사이에 부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것이 부당 내부거래가 아님을 자신이 입증해야 한다는 규제가 특히 문제다. 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려면 거래 대상 제품의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싸거나 또는 비싸게 거래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텐데,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어디 하나의 숫자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가격이고, 거래하는 상대방마다 달라지는 것이 또한 제품의 가격이다. 사정이 그렇기 때문에 배임죄가 이미 그렇듯이 이 규제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것이다. 계열사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낙인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이 마치 무슨 범죄나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사실은 매우 자연스러운 기업활동일 뿐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액정을 삼성 계열인 S-LCD에서 조달하고, LG전자는 액정화면을 LG디스플레이에서 조달하는 것이 일감 몰아주기이다. 이것이 범죄라고 하니 범죄에서 벗어나려면 그 반대의 것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액정을 갖다 쓰고, LG전자는 삼성 계열 S-LCD의 액정을 납품받아 쓰는 식 말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위해서 일감 몰아주기를 범죄로 낙인찍겠다는 것인가.
물론 기업들이 그런 방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사의 부품을 가져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종제품 생산자와 부품 생산자가 서로 믿고 신제품 개발을 위해 분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제품 개발에 관한 정보를 경쟁사와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기업들은 합병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같은 계열사를 합병하는 식 말이다. 이것도 내용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같은 회사 안에 있는 사업부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합병의 결과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거대기업이 출현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비효율이 늘어날 것이다. 원가는 오르고 제품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이윤이 줄어서 기업의 가치도 낮아질 것이다.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이윤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도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 터이니 결국 국민들도 어리석은 입법 활동의 유탄을 맞게 될 것이다.
물론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총수가 사익을 챙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것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부당 내부거래는 이미 과징금 부과대상이고 대규모 내부거래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하게 돼 있다. 편법 상속은 15년 전까지 추적해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배임죄를 걸어서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이 많은 규제를 두고 또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선단식 구조와 내부거래는 한국 기업을 키워온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그것들을 원천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당신들이 벌이고 있는 저주의 굿판이 국민들에게 해롭지 않음을 입증하라고. 못 하겠다면 지금 당장 그 굿판을 걷어치우라.
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