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기업 1만2245곳 달해
정부 "과세땐 통상마찰 소지"
전문가 "허술한 제도 자인"
외투기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이 1억원 이상, 지분 10% 이상을 투자한 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해당 기업은 총 1만4976개며 이 가운데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외국인 지분 50% 이상인 외투기업은 1만2245개에 달한다. 정부 방침대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들 외투기업의 경우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나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높아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사실상 국내 기업에만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이고 총수 일가 지분이 3%를 넘는 기업의 대주주는 거래액에 따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외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에선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물리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일감 몰아주기로 과세하면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목적에 비춰볼 때 외투기업에까지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크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많은 한국의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외투기업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외투기업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국내 기업과 달리 외투기업은 과세 대상인 대주주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공시 대상 법인이 아니면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은커녕 대주주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법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제도를 도입해놓고 제대로 시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손질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원한 한 세법 전문가는 “정부가 뒤늦게 통상 마찰 등을 이유로 외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 자체가 허술하게 설계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가 2011년 세법 개정 때 일감 몰아주기를 ‘포괄적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물리려고 했을 때 학계와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리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과세 당국이 포괄적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물리더라도 법원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밀어붙였다가 뒤늦게 손을 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