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공매도 반박 '역풍'] 증시 투자 활력 vs 시장 혼란 부추겨…자본시장의 '藥인가 독버섯인가'
17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달군 이슈는 단연 ‘공매도’였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전날 “공매도 세력과 싸우는 데 지쳐 경영권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겠다”고 선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공매도의 폐해가 어느 정도이길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오너가 경영권을 포기하느냐’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셀트리온 주가가 폭락하고 소액주주까지 가세하면서 공매도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 상당수는 서 회장의 주장에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국내 공매도 17년 역사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지면 시세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없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식을 매입해 되갚아 수익을 올린다. 이 제도가 국내에 사실상 허용된 것은 1996년 9월이다. 당시 기관투자가에 대차거래를 허용해 주면서 공매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대차거래란 기관이나 외국인이 증권회사 등의 중개에 의해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빌리는 거래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차거래 등으로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 아예 주식이 없으면서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공매도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면 금지했다.

[셀트리온 공매도 반박 '역풍'] 증시 투자 활력 vs 시장 혼란 부추겨…자본시장의 '藥인가 독버섯인가'
공매도가 도입된 지는 17년 정도에 불과하다. 공매도는 시세조종과 채무 불이행을 유발할 수 있어 주가 폭락 시기마다 논란이 돼 왔다. 미국에선 192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공매도 논란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와 공매도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거품을 막을 수 있고, 시장 정보를 주가에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가 집중될 경우 주가가 정상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빠질 수 있어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2011년 유럽 금융위기 때 일정 기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지금도 금융주 공매도는 제한하고 있다. 올해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3.58%, 코스닥시장 0.95% 수준이다.

◆공매도 주가 하락 주범인가

공매도 규제는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악용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은 1996년부터 적용된 ‘공매도 호가제한 규정’(일명 업틱룰)이다. 공매도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할 때 현재가보다 낮은 호가로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한 가격 규제다.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의 증시에선 가격 규제가 없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매도로 인해 개별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업틱룰’에 의해 막혀 있다”며 “주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어도 주가를 끌어내릴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말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도입했다.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의 0.01%를 초과하는 투자자에 한해 인적사항과 투자종목 등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게 하는 제도다.

개별종목에 대한 공매도 제한 규정도 마련해 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특정 종목의 20일 평균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코스닥 3%)를 넘으면 그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정지시킬 수 있다. 금융위는 작년 10월 개별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개별종목 공매도 제한 ‘딜레마’

그러나 세계적으로 개별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한 사례가 없는 점이 금융당국의 딜레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공매도 제한은 전체 시장 안정을 위해 조치하는 것이지 개별주식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자본시장 원칙에 맞지 않다”며 “회사가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공매도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공매도는 시세조종을 통해 악용될 소지가 많아 규제를 하지만 우리나라 규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굉장히 센 편”이라며 “셀트리온 사태로 인해 개별종목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개별종목 공매도 제한 규정은 특정종목군의 이상 현상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측면이 강하다”며 “개별종목 공매도 금지는 유례없는 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형/김동윤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