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공매도 반박 '역풍'] 천당과 지옥 오간 셀트리온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바이오 의약품 업체 셀트리온 주가가 17일 폭락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 세력에 질렸다”며 다국적 제약사에 지분을 넘기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이다. 서 회장의 발표 당일 주가가 5%대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13.35% 하락한 4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010년 11월12일 이후 처음으로 4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하루 만에 5800억원의 시총이 사라졌다.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은 하한가까지 떨어지며 1만2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의 이틀간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은 매각 ‘기대’가 ‘우려’로 돌변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이 지분 매각 주관사로 JP모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기 전날 셀트리온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지분 매각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는데, 막상 인수 주체로 나설 다국적 제약사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장이 실망했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공매도뿐만 아니라 경영권 매각에 따른 불안심리가 복합적으로 가중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셀트리온 거래금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141억원)로 전날 5.26%보다 줄었다. 서 회장의 발표 전날인 15일에는 23.84%였다.

서 회장의 ‘경영권 매각’ 폭탄 선언을 시장이 납득하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을 지분 매각 이유로 내세웠지만 갑작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셀트리온의 향후 실적이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증권업계는 셀트리온 매각이 가시화되고 어느 정도 가치를 평가받느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이날 한국IR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이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칠 소액주주 모임 대표는 “금융당국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다음주 중 공매도 세력을 검찰에 추가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셀트리온에 대한 악성 소문을 퍼뜨린 공매도 세력엔 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 외국 자금을 주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했다.

이고운/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