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쟁 잠잠하니 "휴대폰이 안팔리네"
정부의 휴대폰 보조금 규제 ‘후폭풍’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조금이 줄자 휴대폰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 3사는 제품 출하가를 내리거나 ‘제조사 장려금’ 명목으로 보조금을 뿌리는 등 판매난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휴대폰 보조금 과다 지급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이후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꾸는 것) 건수는 추락했다. 휴대폰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실제 내는 휴대폰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6만8000건에 달했던 월별 번호이동 건수는 지난달 75만3000여건으로 줄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개통된 휴대폰 대수는 올초 대비 1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직격탄은 통신사가 아닌 제조사가 맞았다. 통신사는 휴대폰 판매 대수가 줄더라도 경쟁사에서 가입자를 빼앗아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조사의 수익은 휴대폰 판매 대수와 직결돼 있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임원은 “통신사들은 보조금 축소를 다양한 요금제 경쟁으로 돌파하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며 “4~5월은 휴대폰 제조사에 ‘고난의 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가 인하에 장려금 지급도

휴대폰 판매량이 줄자 주요 제조사들은 제품 출고가를 인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갤럭시노트2’ 출고가를 108만9000원에서 99만원으로, ‘갤럭시S3’는 89만9000원에서 79만9000원으로 내렸다.

LG전자도 ‘옵티머스G’ 출고가를 99만9900원에서 84만7000원으로, ‘옵티머스LTE3’는 65만원대에서 59만9000원으로 인하했다. 삼성은 오는 27일부터 판매될 갤럭시S4 출고가도 당초 예상했던 90만원대 후반보다 10만원가량 낮은 89만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는 출고가 인하 후에도 ‘장려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3월 초 옵티머스G에 40만~45만원가량의 장려금을 지급했고, 15만원가량의 출고가 인하 후에도 23만~25만원의 장려금을 별도로 주고 있다. ‘옵티머스G프로’에도 15만~20만원의 장려금을 쏟아붓고 있다. 통신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합치면 대당 4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이 제품에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출고가 인하 후 ‘갤럭시노트2’에 대당 10만원의 장려금을, ‘갤럭시S3’엔 10만~15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있다. 두 제품은 시장에서 각각 할부원금 50만원대, 3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신제품 돌풍에 기대

삼성전자는 27일부터 판매될 ‘갤럭시S4’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기능과 높은 사양으로 무장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과 LG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팬택도 18일 5인치짜리 풀HD 신제품인 ‘베가 아이언’(가칭)을 내놓고 만회를 노리는 중이다.

올 상반기 전략 제품을 이미 내놓은 LG전자는 ‘옵티머스G프로’를 사면 무선충전기를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