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세로로 배열한  '?' 마케팅…미래고객 '1324세대' 타깃
“나 어제 ?52요금제로 바꿨어. 지난달 데이터 요금이 많이 나와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폰은 뭐야?” SK텔레콤 마케팅 담당자는 어느 날 젊은 누리꾼들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발견하고 무릎을 탁 쳤다. 그는 새로운 ‘T끼리’ 요금제와 함께 내놓을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이라는 글자가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LTE를 세로로 배열해서 쓴 ‘?’은 젊은 누리꾼들이 롱텀에볼루션(LTE)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그의 제안에 새롭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 한글에 없는 생소한 글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이미 쓰고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1324세대(13~24세)를 타깃으로 하는 SK텔레콤의 마케팅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브랜드 로고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LTE를 세로로 썼을 때 제일 하단에 있는 E를 부각시켰다. E를 작대기 세 개로 디자인해 작대기가 무한 반복, 확장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SK텔레콤 가입자끼리 음성통화 및 통신사와 관계없이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T끼리 요금제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데이터를 나눠 쓰고, 만들어 쓰는 등 무한히 새로운 형태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새로운 서비스 철학도 담았다.

이렇게 SK텔레콤의 ‘LTE 무한능력, ?’ 마케팅 전략이 탄생했다. 마케팅을 주도한 박혜란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장은 “이미 LTE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대중화된 환경에서 속도와 커버리지를 강조하는 기술적인 용어로 LTE를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봤다. 생활속에서 갖고 놀 수 있는 친근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1324세대를 타킷으로 마케팅 전략을 짠 것은 이들이 데이터 시대를 주도할 미래 고객인 데다 쉽게 움직이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40~50대는 통신사를 거의 바꾸지 않는 부동층인 데 반해 이들은 요금제와 정책 등에 따라 자주 통신사를 바꾼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박 실장은 설명했다.

새로운 마케팅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LTE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통신시장이 음성, 문자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가족, 친구와 나눠 쓰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두 개 단말기에서 추가 요금 없이 공유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데이터 시대에 맞춰 내놓은 서비스다.

한발 더 나아간 서비스도 선보였다. 데이터 만들어 쓰기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다. ? 앱을 실행한 뒤 휴대폰을 흔들거나 돌리는 게임을 하면 ? 포인트가 쌓인다. 이 포인트를 데이터로 바꿔 쓸 수 있다. 매월 최대 1기가바이트(GB)까지 데이터 만들기가 가능하다.

박 실장은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들도 1324세대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1324세대는 낮은 요금제를 쓰는 데 비해 데이터를 많이 써 모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 앱에 데이터 조르기와 미션 기능을 넣는 등 가입자들이 놀 수 있고, SK텔레콤과 가입자가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광고 방식을 도입했다. ‘멀타이징(multising)’이다. 멀티(multi)와 애드버타이징(advertising)의 합성어인 멀타이징은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광고 형태다. SK텔레콤이 새로 설계해 시도하고 있다. 멀타이징이란 용어도 직접 만들었다.

기존에는 TV, 신문 등에 광고를 먼저 선보였지만 멀타이징은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콘텐츠를 먼저 공개한 뒤 이를 TV와 신문 등 다양한 매체로 넓혀나간다.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여러 명의 광고 모델을 기용해 여러 편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들이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인기 스타인 윤아, 설리, 민호, 규현 등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하는 동영상 광고를 20~30편 찍어 온라인과 SNS에 먼저 올렸다. 이 동영상들은 반나절 만에 조회 수가 7만건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온라인상에서의 반응 등을 토대로 선호도가 높은 동영상 광고를 채택해 TV에서 방영하는 등 멀타이징의 효과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박 실장은 “젊은 세대가 수동적이기보다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광고 기법을 도입했다”며 “콘텐츠 형식으로 만들면 광고보다 효과도 좋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