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獨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인하 시사…ECB 금리인하 힘 받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날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엔 파괴력이 달랐다. ECB 내에서 가장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고, 골수 ‘매파’로 알려진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사진)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만큼 유럽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마침 미국의 중소 신용평가사 이건존스가 독일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17일(현지시간) 유럽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재정위기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며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금리를 내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트만 총재는 양적완화나 통화정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보수파다. 지난해 9월 ECB가 무제한 단기국채매입 정책을 발표할 때도 끝까지 반대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ECB의 기준금리는 연 0.75%다. 여기서 더 내리면 예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가 된다. 은행에 돈을 맡기려면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바이트만 총재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이 ECB의 최대주주인 만큼 조만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침 이날 이건존스는 독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독일이 보유하고 있는 재정위기국의 부채와 은행채 비중이 높다는 게 이유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80%대인 독일의 정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지적했다. 이건존스는 무디스 등 다른 대형 평가사보다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유럽 경제 최후의 보루로 알려진 독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시장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전날 대비 1% 이상 떨어진 1.30유로를 기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