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18일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적발 시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무조건 총수 일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해 처벌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유죄 추정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무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죄 추정이 아니라 관여 추정, 유죄 추정으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 공정위도 법리에 휘말리면 집행을 못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회 정무위의 법안 심사 때 공정위 입장을 전해 (국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부당 내부거래 여부 입증 책임에 대해서도 “어차피 (법을) 집행하고 벌을 주려면 공정위가 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법 조항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입증 책임이 기업이 아닌 공정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간의 특정 거래가 부당 내부거래인지에 대한 입증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고 있다. 또 부당 내부거래로 적발될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명확한 개입 증거가 없어도 총수 일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과잉 법률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노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나 부당 내부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체계를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이라며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정책과 조사를 병행하는 ‘국’ 단위의 대기업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업의 담합과 관련해선 “한 번 적발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규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한편 과징금 부과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기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황기의 공정거래법과 불황기의 공정거래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불공정 행위는 경기가 나쁠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불경기에 오히려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