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출신의 청년 형제…어릴때 러'남부 다게스탄서 공부
러시아 거주 아버지 "미국 정보기관이 이슬람 교도 아들에 누명" 주장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2명의 용의자가 옛 소련권 출신의 청년들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신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수사 당국과 언론, 러시아 언론 등에 따르면 보스턴 테러 용의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으로 어릴 때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잠깐 살다 미국으로 이주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와 조하르 차르나예프(19) 형제로 알려졌다.

타메를란은 19일(현지시간) 경찰과 교전 과정에서 숨졌으며 조하르는 계속 도주 중이다.

미국 경찰은 이들 형제가 18일 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캠퍼스에서 경찰관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형제가 함께 자동차를 탈취해 달아나다 형 타메를란이 먼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동생 조하르는 도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CNN 방송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탈취한 자동차 주인에게 자신들이 보스턴 폭탄테러를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형은 권투선수, 동생은 의대생" = 이들 형제는 테러 사건 전까지 보스턴과 이웃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1년 이상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대학에 다니다 그만둔 타메를란은 평소 권투를 하면서 미국 복싱 국가대표 선수단에 들어가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그의 훈련 사진을 찍었던 사진사는 타메를란이 아직은 미국 시민권이 없어 미국 선수단에 들어갈 수 없지만 조만간 시민권을 받고 싶다고 말했었다고 소개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타메를란이 2009년 애인 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인 친구가 한명도 없으며 미국인들을 이해할 수 없고 종교에 심취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하르는 테러 사건 전까지 매사추세츠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인 2011년 케임브리지의 명문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케임브리지 시정부에서 2천500달러의 장학금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 린지 앤드 라틴 스쿨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 고등학교이다.

조하르는 러시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브콘탁테(Vkontakte)에 올린 글에서 이슬람을 신봉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성과 돈이라고 적었다.

◇ 아버지 "미국 정보기관이 이슬람 교도 아들에 누명 씌워" = 두 형제가 어떻게 폭탄테러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게스탄 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에 사는 아버지 안조르 차르나예프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과 전화통화에서 "TV를 보고 보스턴 테러 사건에 대해 알았다"며 "미국 정보 당국이 이슬람 교도인 우리 아이들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조르는 "조하르가 매사추세츠주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며 방학 때 집에 오겠다고 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안조르는 AP 통신과 전화통화에서도 "내 아들 조하르는 진정한 천사"라며 "미국 의대 2학년에 다니고 있고 영리한 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차라나예프 형제의 작은 아버지는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2009년에 마지막으로 조카들을 만났었다"며 "그때 타메를린이 극단주의에 기운 것으로 보여 공부를 해서 출세하라고 설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조카들을 야만적 행동으로 몰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두 형제가 2000년과 2001년 각각 미국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 어릴 적 한때 체첸 인근 다게스탄 거주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2001년 한때 체첸 자치공화국과 인접한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살았었다고 보도했다.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의 제1번 학교 관계자는 "조하르가 2001년 우리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다녔으며 학년을 다 마치기 전에 미국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장은 형인 타메를란도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게스탄에 오기 전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NBC 방송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다게스탄에서 터키로 가 그곳에서 국적을 얻고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으나 터키 정부는 이들이 2003년 여행차 잠깐 앙카라에 머문 적이 있지만 터키에 거주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은 일부 언론이 차르나예프 형제를 체첸 공화국 출신으로 소개하며 체첸을 과격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양성소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 보스턴 테러 사건과 체첸은 아무 연관이 없다며 서로 연관짓지 말 것을 요구했다.

체첸 자치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보스턴 테러 용의자들은 체첸에서 살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거주하고 공부했다"며 "미국이 그들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로프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체첸인들과 연관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사법기관 관계자도 차르나예프 형제가 보안 당국의 테러 조직 및 극단주의 단체 가담 인물 명단에 없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