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마누엘 바우어 알리안츠그룹 이머징마켓 대표, 美 살아나고 中 성장 견고 … 글로벌 경기 긍정적
“올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전망은 확실히 지난 5년에 비해 긍정적입니다.”

마누엘 바우어 알리안츠그룹 이머징마켓 대표 겸 한국알리안츠생명 회장(사진)은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을 거치며 증폭된 위기의식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바우어 회장은 1조6570억유로(약 247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알리안츠그룹의 이사회 임원이다. 이머징마켓 보험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로 1991년 알리안츠그룹에 합류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알리안츠생명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중국 유럽 동반회복 중”

바우어 회장은 올 한 해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국이 동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회복과정에서 여러 가지 돌발사태가 전개되겠지만 회복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온 지난 5년에 비해 올해 세계 경제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미국의 성장세가 글로벌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구매관리자지수와 소비자 신뢰지수는 아직 실망스러운 수준이지만 산업생산과 주문량이 생각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노동시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며 미국의 경제 성장을 지지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망스런 성장률 지표를 보이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의 경착륙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지난달 51.7을 기록해 시장 예상인 50.8을 웃돈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올해도 강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도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우어 회장은 “아직 위험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 종식에 대한 희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력 큰 아시아는 여전히 매력적

바우어 회장은 아시아지역의 매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는 3대 주요 성장지역 중 하나”라며 “알리안츠그룹에서 성장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은 아시아, 동유럽, 중동과 북아프리카”라고 전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의 경우 출산율이 높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큰 성장동력을 줄 수 있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왔던 위기의식도 크게 희석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바우어 회장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위기의식 자체가 계속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는 등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소비와 투자심리는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를 통한 자금유입도 최근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 은퇴 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기대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등 인구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바우어 회장은 “저성장, 저금리 기조는 커다란 도전과제이지만 마냥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떤 위험을 어떻게 감수하고, 경감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