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체첸 출신 형제 사살·체포…FBI, 2년전 형 통신감청·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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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혐의점 못찾아…작년 반년간 체첸 여행…테러 훈련 받았을 수도
과격한 종교적 발언으로 친척집에서 쫓겨나기도
과격한 종교적 발언으로 친척집에서 쫓겨나기도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미국 시민권자가 테러를 자행한 이유는 뭘까. 3명이 죽고 170여명이 다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가 잡히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보스턴 테러 용의자인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경찰의 추격 끝에 부상을 입은 채 잡혔다. 공범으로 보이는 형 타메를란(26)은 총격전 중 사망했기 때문에 ‘배후’를 밝히는 것은 조하르의 입에 달렸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연방정부 관계자를 인용, “조하르가 체포 과정에서 목에 부상을 당해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왜?
두 사람은 러시아 체첸 인근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성장기 대부분을 보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형은 15세, 동생은 8세였다. 2002년 자동차 정비공인 아버지와 함께 전쟁 중인 체첸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조하르는 의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엘리트’로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보스턴에 있는 체첸인 거주지에 주로 살면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2500달러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2006년 미국에 들어온 타메를란도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미국 복싱 국가대표에 도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들 형제와 가족에게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인 동시에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나라이기도 했던 셈이다. USA투데이는 “체첸 출신으로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200여명에 불과하고 이 중 남성은 30% 정도라는 점에서 이들 형제는 특별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부세력의 위협을 가정한 테러 대응책은 조사 단계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다. 테러 용의자를 군사시설에 일정 기간 구금하며 철저한 조사를 하는 ‘국방수권법’은 미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어서다. 알카에다 조직원 등 테러 가담자를 ‘적국 전투원’으로 규정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전례도 이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슬람교 영향, 과격화 추정
외신들은 타메를란이 이슬람교에 심취했다는 사실에서 테러 동기를 추정하고 있다. 타메를란은 2~3년 전부터 이슬람 교리에 따른 하루 다섯 번 기도를 실천했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종종 코란 구절을 올렸다. 친척들은 “과격한 종교적 발언으로 친척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타메를란은 2007년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나는 미국인 친구가 없으며 그들을 이해할 수도 없다”며 미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22세 때 여자 친구 폭행 사건으로 체포되기도 하면서 동생과 달리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2011년에는 러시아 정부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러시아를 테러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FBI는 타메를란의 전화 통신 등을 감청하고 면담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타메를란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 현상금 500만달러(약 56억원)가 걸린 도쿠 우마로프 체첸 반군지도자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TV방송 폭스뉴스 등은 “미 수사당국이 타메를란이 인터넷 등을 통해 우마로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지난해 6개월간 체첸 인근을 여행하며 테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경목/강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지난 19일 보스턴 테러 용의자인 조하르 차르나예프(19)가 경찰의 추격 끝에 부상을 입은 채 잡혔다. 공범으로 보이는 형 타메를란(26)은 총격전 중 사망했기 때문에 ‘배후’를 밝히는 것은 조하르의 입에 달렸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연방정부 관계자를 인용, “조하르가 체포 과정에서 목에 부상을 당해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왜?
두 사람은 러시아 체첸 인근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성장기 대부분을 보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형은 15세, 동생은 8세였다. 2002년 자동차 정비공인 아버지와 함께 전쟁 중인 체첸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조하르는 의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엘리트’로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보스턴에 있는 체첸인 거주지에 주로 살면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2500달러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2006년 미국에 들어온 타메를란도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미국 복싱 국가대표에 도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들 형제와 가족에게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인 동시에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나라이기도 했던 셈이다. USA투데이는 “체첸 출신으로 시민권을 획득해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200여명에 불과하고 이 중 남성은 30% 정도라는 점에서 이들 형제는 특별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부세력의 위협을 가정한 테러 대응책은 조사 단계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다. 테러 용의자를 군사시설에 일정 기간 구금하며 철저한 조사를 하는 ‘국방수권법’은 미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어서다. 알카에다 조직원 등 테러 가담자를 ‘적국 전투원’으로 규정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전례도 이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슬람교 영향, 과격화 추정
외신들은 타메를란이 이슬람교에 심취했다는 사실에서 테러 동기를 추정하고 있다. 타메를란은 2~3년 전부터 이슬람 교리에 따른 하루 다섯 번 기도를 실천했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종종 코란 구절을 올렸다. 친척들은 “과격한 종교적 발언으로 친척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타메를란은 2007년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나는 미국인 친구가 없으며 그들을 이해할 수도 없다”며 미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22세 때 여자 친구 폭행 사건으로 체포되기도 하면서 동생과 달리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2011년에는 러시아 정부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러시아를 테러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FBI는 타메를란의 전화 통신 등을 감청하고 면담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타메를란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 현상금 500만달러(약 56억원)가 걸린 도쿠 우마로프 체첸 반군지도자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TV방송 폭스뉴스 등은 “미 수사당국이 타메를란이 인터넷 등을 통해 우마로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지난해 6개월간 체첸 인근을 여행하며 테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경목/강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