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IMF ‘이심전심’ >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20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와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오른쪽)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아소 재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일본의 통화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日·IMF ‘이심전심’ >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20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와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오른쪽)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아소 재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일본의 통화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이 일본의 엔저(低) 유도정책을 사실상 용인했다. 18~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다. G20는 19일 발표한 공동선언(코뮈니케)을 통해 “일본의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양적완화는 ‘국내용’일 뿐 엔저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일본 주장 수용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열렸다. 당시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환율 전쟁’이었다. 모스크바 회의에 참석했던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본 중앙은행(BOJ)이 시중에 돈을 풀어 엔화 가치의 하락을 유도하는 통화확대 정책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환율 전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일본을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주 워싱턴 회의에서는 환율 전쟁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줄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논의했지만 2월 회의와 비교해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토론 분위기도 매우 차분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일본이 각국 재무장관들을 상대로 “아베노믹스가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논리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어 “G20 재무장관들이 아베노믹스에 ‘조심스러운 파란불’을 켜줬다”고 평가했다.

◆‘성장’에 방점 찍힌 워싱턴 회의

이번 회의에서는 환율전쟁 대신 세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G20는 공동선언에서 “세계 경제 성장이 매우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실업도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과 한국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로 들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은 물론 세계 경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인정한 셈이다.

다만 G20는 “환율을 경쟁적 목적으로 활용하면 안 되며 통화정책은 각국 중앙은행에 부여된 법적 임무에 따라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장기간 지속하는 양적완화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유념할 것”이라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중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화가치 추가하락 예상

일본 언론들은 “각국이 일본의 경기회복 노력을 이해했다”며 반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시절부터 쌓아온 탄탄한 인맥이 빛을 발했다”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엔저(低) 비판론자들과 직접 1 대 1로 만나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북한 도발보다 엔저 위협이 더 크다’며 엔저를 G20 회의 의제로 채택시키려 했지만 미국 측에 환율 개입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불신을 샀다”고 평가했다.

일본 통화정책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G20 회의가 예상외로 무난하게 넘어감에 따라 엔화 가치는 추가 하락했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99.69엔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외환부문 애널리스트는 “조만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대로 진입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안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5엔까지 내려가고 내년에는 115엔까지 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장진모/뉴욕=유창재 /도쿄=안재석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