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횟수 10년새 2배…심상찮은 한반도 지각
중국 쓰촨성 지진 하루 만인 21일 국내에서도 역대 여섯 번째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북서쪽 10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관측됐다. 이날 오후 6시21분에도 규모 2.4의 여진이 같은 해역에서 발생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기상청과 학계의 지배적인 분석이지만 지진 안전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규모 4.9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여섯 번째다. 최근 10년 새로 보면 2004년 5월 경북 울진(규모 5.2)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규모 4.9는 물건이 흔들리고 정지한 차가 움직이는 게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번 지진은 먼 바다에서 발생, 인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 지진감시센터는 이번 지진이 한반도 인근의 지각 운동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8년 6회였던 지진 횟수는 지난해 56회로 늘어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계측장비 발달로 소규모 지진까지 탐지할 수 있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000년 이후 발생 횟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3월 일본을 강타한 도호쿠 대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지각이 동쪽으로 25㎝ 정도 이동하면서 인근의 지각 운동이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기상청과 학계는 규모 5.0 이상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는 10년 주기로 규모 5.0 안팎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규모 6.0 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에선 규모 6.0 정도면 거의 피해가 없지만 내진 설계가 갖춰지지 않은 국내 대도시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향상을 위한 학술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5월 기준 서울시 등록건물 65만9030동 중 7.0%인 4만6367동만 내진성능을 갖춘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내진설계 건물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지진 안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