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했다면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기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6~9세의 미성년자를 잇따라 강제추행한 혐의(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로 기소된 박모씨(24)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정보공개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원심이 피해자 중 A양(8)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가 고소를 취하했다는 이유로 해당 부분의 공소를 기각한 점이 문제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친고죄인 강간이나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2010년 4월 법 개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강제추행죄는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범행이 개정법률 시행 후에 일어났는데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해당 부분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지난해 2월 A양에게 마술을 보여준다고 꼬드긴 뒤 여자 화장실로 데려가 추행했다. 또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같은 수법으로 다른 6~9세 여아 3명을 추행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검사 측이 항소하자 2심은 형량을 높이면서도 A양에 대한 공소 사실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만취 여성을 강간해 상처를 입힌 혐의(준강간 치상)로 기소된 박모씨(50)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준강간 치상죄는 피해자의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피해자는 걸을 때 1개월간 통증이 있었고 계속 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상처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