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상, 7개월 공백 깨고 '컴백'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49·사진)이 다음달 투자자문사를 설립한다. 작년 10월 말 미래에셋그룹을 떠난 지 약 7개월 만에 자산운용업계에 복귀한다.

21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다음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 거액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자문사를 창업하기로 했다. 구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이며 지인들을 대상으로 추가 자금을 모으고 있다.

신설 투자자문사의 초기 자본금은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은 투자자문사를 직접 설립한 뒤 연내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 신설 투자자문사의 자본금을 넉넉하게 200억~300억원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은 이미 매물로 나온 운용사 몇 곳을 놓고 실무자들과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문업계는 구 전 부회장의 ‘컴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여년 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설립한 창업 공신인 데다 국내 펀드시장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어서다.

그는 1996~1997년 옛 동원증권의 최연소 지점장(압구정동)을 지내다 박 회장 등과 의기투합해 미래에셋그룹을 설립했다. 2000년대 박현주펀드와 솔로몬펀드, 인디펜던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급성장한 미래에셋 펀드의 자산운용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들 펀드는 한때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때 국내 주식형펀드의 절반인 35조원을 굴린 구 전 부회장은 손만 댔다 하면 주가가 올라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며 “자산운용업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크다보니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 전 부회장은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그룹의 현직 실무자를 빼가지 않겠다고 박 회장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은 올초 장기 유럽여행을 혼자 다녀온 뒤 박 회장과 새 회사 설립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래에셋을 떠나 별도의 투자자문·자산운용사를 이끄는 사람은 선경래 지앤지인베스트 대표와 김태우 피델리티자산운용 전무,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등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