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률 70%의 필요조건
경제 성장을 통해 5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이명박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결국 125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일자리 문제는 이명박정부만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래 모든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고용률은 평균 70%다. 고용률 70%는 15세에서 64세 인구 100명 중 70명이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빈곤계층이 적고 중산층이 두텁다. 국민행복의 복지국가 건설에도 70% 고용률은 꼭 필요하다. 고용률이 높다는 것은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복지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적자 없이 높은 수준의 복지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의 고용률은 한국과 비슷하다. 낮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정적자를 누적시킨 것이 위기의 원인이다. 고용률을 올리지 못할 경우 저성장, 재정적자, 금융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는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고용률은 64.2%였다. 이를 2017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70%로 올리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용영향평가 강화다. 한국의 고용정책은 사업의 숫자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사후적 평가 및 조정기능이 미흡하다. 이에 사업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용정책의 주관부서를 명확하게 하고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되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주요 예산사업의 고용효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예산편성과 집행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과 2017년부터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도 관심을 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년연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해소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지난 정부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중요 과제들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움직인다면 기업은 인력을 보다 많이 고용할 것이다. 유연화 중에서도 임금유연화가 핵심이다. 고용조정의 유연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근로자는 임금을 양보하고 대신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고용률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지난 정부와 차별된다.

정부 정책 이외에도 강조되고 추가돼야 할 내용이 있다. 먼저 경제성장 잠재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은 성장이다. 현재의 저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적어도 1% 이상 높이도록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충시켜야 한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대타협이 1982년에 이뤄졌지만 고용률은 협약 후 5년이 경과한 후에서야 높아지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으며, 있다 해도 부작용이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고용정책도 5년이 아니라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고용률 70% 달성은 쉬운 것이 아니다. EU도 2001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동안 고용률 70%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박근혜정부의 의지와 정책은 남달라 보인다. 일자리는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합심해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다. 우리가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함께 노력한다면 달성할 수 있는 과제로 여겨진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