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나이트' 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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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의 car&talk]
지난 19일 오후 8시 중국 상하이. 버스에서 내리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밝힌 건물들 주위로 깃발이 나부꼈다. 중국 국기와 폭스바겐그룹 계열사들의 기업이미지(CI)가 새겨진 하얀 깃발이었다. 건물 주위에는 벤틀리, 아우디, 페이튼 등 고급 세단이 도열해 있었고, 정문 양쪽으로 만(MAN)과 스카니아 트럭이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 이곳은 폭스바겐그룹이 상하이모터쇼를 앞두고 VIP 고객과 언론인들을 상대로 여는 신차 발표회 ‘폭스바겐 나이트’ 현장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과 폭스바겐그룹 관계자들로 인산인해였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수십명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자 무대 뒤편에서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등장했다. 무용수들이 퇴장하고 한 사내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이었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 랑랑이 피아노 앞 의자에 앉자 정적이 흘렀다. 그가 피아노 한 곡을 연주한 뒤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사회자는 랑랑을 가리켜 ‘글로벌 플레이어’라고 소개했다. 폭스바겐처럼 글로벌 톱 플레이어이며, 전세계를 누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폭스바겐그룹 나이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화려함’이었다. 그룹 산하 12개 브랜드는 다음날 개막하는 상하이모터쇼에 출품할 대표적인 차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다양한 영상과 공연으로 보여줬다.
하이라이트는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의 등장이었다. 주최 측은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소개시간에 리브스가 부가티와 함께 중국을 배경으로 찍은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영화 예고편이 끝난 직후 실제 그가 걸어나오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기록(시속 408.84㎞)’을 갖고 있는 부가티를 주제로 10여분간 얘기를 나눈 뒤 퇴장했다.
참석자들은 두 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랑랑, 리브스 등 깜짝 게스트 외에 폭스바겐그룹 계열사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신차들 때문이다. 100㎞의 거리를 연료 1로 달릴 수 있는 XL 1을 시작으로 벤틀리의 ‘뉴 플라잉 스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C’, 부가티 ‘비테세’ 등 럭셔리 세단과 스포츠카가 연이어 등장했다. 특히 비테세는 8대 한정판, 아벤타도르 SC는 100대 한정판이어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전세계 주요 모터쇼 개막 전날 VIP 고객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연다. 대규모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건 폭스바겐그룹이 유일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이 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시장 각지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가 곳곳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폭스바겐그룹의 견제를 받을 정도로 성장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달 제네바모터쇼에 이어 이날 상하이 모터쇼에서 확인한 폭스바겐그룹 나이트 행사를 보니 폭스바겐의 저력과 브랜드 경쟁력,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5 업체다. 생산규모 면에선 폭스바겐그룹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그룹과 달리 브랜드가 많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정도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적은 브랜드로 매번 디트로이트모터쇼, 제네바모터쇼, 상하이모터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신차를 계속 내놓을 수 있을까. 한두 대의 신차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지금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최근 10년간 급성장했다. 디자인과 성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처럼 멈추지 않고 전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현대모터스그룹 나이트’를 기대해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과 폭스바겐그룹 관계자들로 인산인해였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수십명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자 무대 뒤편에서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등장했다. 무용수들이 퇴장하고 한 사내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이었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 랑랑이 피아노 앞 의자에 앉자 정적이 흘렀다. 그가 피아노 한 곡을 연주한 뒤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사회자는 랑랑을 가리켜 ‘글로벌 플레이어’라고 소개했다. 폭스바겐처럼 글로벌 톱 플레이어이며, 전세계를 누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폭스바겐그룹 나이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화려함’이었다. 그룹 산하 12개 브랜드는 다음날 개막하는 상하이모터쇼에 출품할 대표적인 차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다양한 영상과 공연으로 보여줬다.
하이라이트는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의 등장이었다. 주최 측은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소개시간에 리브스가 부가티와 함께 중국을 배경으로 찍은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영화 예고편이 끝난 직후 실제 그가 걸어나오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기록(시속 408.84㎞)’을 갖고 있는 부가티를 주제로 10여분간 얘기를 나눈 뒤 퇴장했다.
참석자들은 두 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랑랑, 리브스 등 깜짝 게스트 외에 폭스바겐그룹 계열사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신차들 때문이다. 100㎞의 거리를 연료 1로 달릴 수 있는 XL 1을 시작으로 벤틀리의 ‘뉴 플라잉 스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C’, 부가티 ‘비테세’ 등 럭셔리 세단과 스포츠카가 연이어 등장했다. 특히 비테세는 8대 한정판, 아벤타도르 SC는 100대 한정판이어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전세계 주요 모터쇼 개막 전날 VIP 고객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연다. 대규모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건 폭스바겐그룹이 유일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이 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시장 각지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가 곳곳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폭스바겐그룹의 견제를 받을 정도로 성장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달 제네바모터쇼에 이어 이날 상하이 모터쇼에서 확인한 폭스바겐그룹 나이트 행사를 보니 폭스바겐의 저력과 브랜드 경쟁력,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5 업체다. 생산규모 면에선 폭스바겐그룹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그룹과 달리 브랜드가 많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정도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적은 브랜드로 매번 디트로이트모터쇼, 제네바모터쇼, 상하이모터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신차를 계속 내놓을 수 있을까. 한두 대의 신차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지금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최근 10년간 급성장했다. 디자인과 성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처럼 멈추지 않고 전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현대모터스그룹 나이트’를 기대해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