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 RBC헤리티지 우승자인 그래임 맥도웰이 22일(한국시간) 대회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 14번홀(파3)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PGA투어 RBC헤리티지 우승자인 그래임 맥도웰이 22일(한국시간) 대회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 14번홀(파3)에서 티샷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2010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3년간 40여개가 넘는 미국 PGA투어를 치렀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메이저대회에서 ‘반짝 우승’한 뒤 사라져간 선수들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지난해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쳤고 올해도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에서 막판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주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에서도 커트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맥도웰이 ‘RBC 헤리티지’(총상금 580만달러)에 출전해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10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결과다.

선두에 4타 뒤진 채 4라운드에 돌입한 맥도웰은 시속 65㎞의 강풍 속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웹 심슨(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승리를 거뒀다.

맥도웰은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77.4야드로 장타 랭킹 152위에 불과한 단타자다. 그는 “거리가 짧아 우승을 많이 못한다고 생각해 거리를 15~20야드 더 늘리려고 샤프트를 늘리는 등 온갖 노력을 해왔으나 허사였다”며 “어느 날 거리를 늘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300야드를 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오프 시즌에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타자' 맥도웰, 강풍과의 싸움서 웃었다
역대 US오픈 챔피언 간의 연장전은 예상보다 쉽게 승부가 났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홀(파4·472야드)에서 심슨은 두 번째 샷한 볼을 그린 오른쪽으로 보낸 반면 맥도웰은 165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홀 4.5m 앞에 떨궜다. 심슨이 그린 밖에서 벨리퍼터로 굴린 볼은 홀을 1.7m가량 지나쳤다.

맥도웰의 버디 퍼트는 홀 바로 앞에 멈췄다. 그가 파로 먼저 홀아웃했고, 심슨의 파세이브 퍼트 역시 홀을 외면하면서 맥도웰의 우승이 확정됐다. 맥도웰은 “심슨은 퍼트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인데 강풍 때문에 파퍼트를 놓쳤다”며 경기가 끝난 뒤 심슨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연장에 앞서 두 선수는 마지막홀에서 승부를 확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16번홀에서 2.4m 버디를 잡아 1타차 단독 선두에 나선 맥도웰은 18번홀에서 3.5m 파퍼팅을 놓쳐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을 허용했다. 바로 뒤에서 플레이한 심슨은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마지막 홀에서 6.5m 버디 퍼트를 실패했다.

이날 현장에는 맥도웰의 약혼자 크리스틴 스테이프가 나와 우승을 축하해줬다. 둘은 올해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을 마치고 결혼할 예정이다. 맥도웰은 18개월 전 자신의 집을 인테리어해주러 온 그를 만나 사랑을 싹틔웠다.

맥도웰은 비즈니스에서도 대박을 꿈꾸고 있다. 최근 살고 있는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공항 근처에서 ‘레이크 노나’라는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와인바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그는 평소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세 명이 공동 투자했으며 그는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맥도웰은 우승 상금 104만4000달러(약 11억7000만원)를 받았다. 레스토랑 사업과 결혼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는 단 세 명만이 69타를 칠 정도로 혹독한 바람과의 싸움이었다. 최경주(SK텔레콤)는 마지막날 한 타를 줄여 합계 2언더파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나흘간 70-71-71-70타 등 안정된 실력을 과시하며 남은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재미교포 리처드 리(25)는 합계 3언더파 공동 10위에 올라 시즌 두 번째 ‘톱10’을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