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덕중 국세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과세가 중소기업에도 적잖게 해당된다는 중소기업인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국세청이 봇물 같은 업계의 이 요구를 어떻게 처리해갈지 주목된다. 국세청으로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실행 방안도 만들어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다 주가조작 근절대책과 경제민주화 법안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이 증세 없는 세수확보를 거듭 천명한 이상 세수확보도 어떻게든 국세청이 감당해야 할 일이어서 경기가 나쁜 가운데서도 올해 세수목표(216조원)는 최대한 달성해야 한다. 이래저래 올해는 국세청을 바라보는 산업계의 시각 또한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장이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간 데 이어 오는 25일에는 대한상의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 한 해 세무조사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기업 쪽 애로도 들어보겠다는 취지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국세청은 청장의 외부행사를 연례적인 일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하지만 ‘중소기업 세정지원 협의회’라는 것도 새로 구성하고 기업인들로부터 구체적인 건의도 듣는 것을 보면 결코 가벼운 행보는 아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총대를 메야 하지만 동시에 “세금 때문에 기업 못해 먹겠다”는 원성은 피하고 싶은 국세청 나름의 고민이 복잡하게 얽혀드는 시기다. 김 청장의 경제단체 방문에서 채찍과 당근이 모순적으로 겹쳐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세청장이 올해 세정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노력세수’로 1%(2조원)를 더 걷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세청 실무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현장의 조사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 뚜렷한 뭐가 있겠나”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산업계의 부담은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장의 행보라면 누구에게라도 그다지 환영받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국세청은 징세를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정부부처와는 공권력의 수준이 다르다.

권력기관 중의 권력기관이면서 동시에 성실납세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서비스 기관이라는 이중성도 갖고 있다. 자칫 산업계에 불필요한 기대치만 높인 채 뒷감당을 못할 수도 있게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