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번에는 새로운 성장전략 카드를 빼들었다. 공공연히 엔저를 목표로 한 공격적인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에 이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이른바 세 번째 화살이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의료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것이 주목된다. 고령화로 늙어가는 일본이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의료산업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역발상이다.

의료산업 중에서도 일본이 강점을 가진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기술 등 재생의료 분야가 집중 육성 대상이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iPS 세포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여세를 몰아 국제 경쟁력을 확고히 굳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의료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공적 기구인 ‘일본판 NIH(미국 국립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고 한다.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등으로 나뉜 의료산업 육성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부터 칸막이를 깨고 규제 개혁에 나선 것이다. 미쓰이물산, 도요타통상, 이토추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들은 벌써 앞다퉈 의료산업 수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런 일본을 보면서 답답해지는 건 바로 우리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한국이다. 의료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며, 고령화 시대의 유일한 성장산업이라는 주장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하지만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달라지는 게 없다. 오히려 건강보험을 볼모로 한 의료산업의 문제점만 더욱 노정되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거부해 파산 지경으로 내몰린 진주의료원이 그런 경우다. 의료보험의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의료산업 선진화는 물 건너 간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게 그 단적인 징표다.

IT 강국이라면서 정작 IT와 의료의 융합으로 탄생한 원격진료시스템 U-헬스가 빛을 보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다. 현행 의료법상 허용이 안 되는 탓이다. 이런 식의 규제들이 곳곳에 널렸다. 병원이나 U-헬스 업체들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누구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꼽는 의료산업조차 이 지경이다. 창조경제가 남 얘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