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代 주범 등 2명 기소
다른 직원 윤모씨가 투자설명회를 이어갔다. 다양한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투자 중이고 사업 전망도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계열사 A사는 썩는 비닐에 공기를 주입하는 특허기술로 포장재를 만드는 사업을 준비 중이며, 얼마 전 인수한 J사는 친환경 주방용품을 만들어 경찰청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 해양심층수를 납품 중인 W사에도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곁들였다. 직원 김씨는 “병원 17개와 호텔 제약회사 등을 가진 인천 송도그룹에도 5 대 5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어 이 회사 매출의 절반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며 “계열사와 투자 회사 모두 유망하니 믿고 투자하라”고 부추겼다.
투자자들이 망설이자 이들은 “경기 안성에 있는 회사 부지 16만5000㎡가량을 담보로 수익증서를 발행하는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원금이 보장된다”고 유혹했다. 이를 들은 우씨는 3000만원을 들여 E사 비상장 주식 3334주를 사들였다. 이 자리에 있던 다른 투자자들도 앞다퉈 주식 매입 계약을 맺었다.
사업 수완과 ‘말발’이 좋았던 김씨 등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대구 달서구 등을 돌며 5380회에 걸쳐 투자자 2447명에게 주식을 팔았다. 이렇게 판 주식만 138만3156주로, 판매대금은 109억3045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투자자 2400여명을 홀린 E사는 사실 아무런 자본이나 실적이 없는 ‘깡통’ 기업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허기술 포장재를 만든다던 A사는 사무실만 있는 회사였고, J사는 경찰청에 납품한 적이 없는 회사였다. 송도그룹이나 W사 투자 내용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차맹기)는 비상장 회사를 우회상장할 것처럼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김씨를 구속 기소하고 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들은 애초 투자 사기를 목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투자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채는 작전을 짜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사업을 총괄하고, 윤씨는 사무실과 회원을 관리했다. 검찰은 초기자금과 명의 등을 빌려준 최씨와 사업 설명을 한 또 다른 윤씨 등 직원 3명은 가담 정도가 작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치밀한 작전과 자료 준비를 통한 대국민 투자 사기극”이라며 “우회상장 등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허위 과장 내용을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