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국세청장(왼쪽)이 2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세행정 운영 방향 간담회’에 참석,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김덕중 국세청장(왼쪽)이 2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세행정 운영 방향 간담회’에 참석,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계열사를 설립했는데 갑자기 증여세를 내야 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불경기로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힘든 판에 세무조사까지 받으라면 어쩌란 겁니까.”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덕중 국세청장과 중소기업인들 간 간담회. 지하경제 양성화, 경제민주화 관련 세정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김기문 회장 “중소기업 포함될 줄 몰랐다”

국세청장 만난 中企人 "일감 몰아주기 과세 문제 많다"
이날 간담회는 김 청장이 기업인들을 만나 올해 세정 방향을 설명하고 상호 이해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지만 늘어나는 세무조사와 세제 관련 각종 규제로 경영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주대철 한국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세청 본청은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 믿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일선 세무서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세무조사를 전방위로 확대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 과세에 대한 우려감도 강하게 표출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정부가 처음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고 했을 때 중소기업이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대표도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거나 부품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올해 7월부터 실시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30%를 넘기면서 최대주주 및 친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를 초과하는 기업에 적용된다. 전년 영업이익에 지분 3% 초과분 및 거래 비중 30%를 초과하는 비율을 곱해 나온 이익을 증여로 간주, 이익 규모에 따라 증여세(10~50%)를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 부분에 기업 규모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어 중소·영세기업도 고스란히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최근 삼정KPMG 자료를 인용, 1350개의 중견·중소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김 청장 “많은 숙제 받았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중소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정당국이 중소기업의 애로를 즉각 반영해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세제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김 청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오늘 많은 숙제를 안고 간다”며 “앞으로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세정지원협의회’ 채널을 가동해 국세행정이 믿을 만하다는 중소기업의 평가가 나오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업인들은 북한 측의 일방적 조치로 조업이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한 세금 징수 유예도 건의했다. 세법상 중소기업 기준(매출 1000억원 미만)과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기준(매출 1500억원 미만)을 일치시켜 달라고도 했다.

임원기/김희경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