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조원동 경제수석.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조원동 경제수석.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기업들이 세계 경제와 안보 상황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며 “피부에 와닿게 네거티브 방식으로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22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규제를 확 풀어서 투자가 많이 돼야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국민들도 그걸 볼 수 있지, 그냥 찔끔찔끔 해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다녀보면 규제를 풀었다고 하는데, 풀었는지 안 풀었는지 체감이 안 된다고 한다”며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이 어려운 상황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많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이 올해 852건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면서 “규제 완화는 돈을 들이지 않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인 만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차질없이 (완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뭐든지 세계시장을 놓고 규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국내에서 발목이 잡혀 역차별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朴대통령 "기업 굉장히 힘들다 … 투자 땐 힘 많이 실어줘야"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와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창의와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며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푸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꼭 강조해야 할 주제가 있으면 여러 차례 반복하는 화법을 구사한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누누이 얘기했지만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다”며 “누구의 희망을 꺾자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취지에 맞춰서 하게 되면 경제민주화는 틀림없이 제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도 박 대통령의 주문 사항 중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디고 엔저현상까지 겹쳐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수출여건이 더욱 어렵다”며 “우리가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소기업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업의 규모나 업종별로 당면한 문제가 다를 수 있는데, 지원 대책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닌지 수요자 입장에서 되짚어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개성공단 조업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이 하루 빨리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 해법이겠지만 우선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입주기업들이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신용대출 및 대출 지급보증,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금융세제 지원, 1분기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등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들이 잘 검토해 적절한 지원 방안을 조속히 시행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금도 수많은 금융회사와 대출중개업소가 무차별적으로 스팸문자와 전화를 통해 불법대출 광고를 하고 있는데, 강도 높은 대책으로 근원적인 예방책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