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STX계열 경영지원단’을 만들었다. 이달 초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뿐만 아니라 STX그룹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로드맵을 짜기 위해서다. 금융감독당국이 올초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주채권은행 주도의 ‘그룹 구조조정 대책반’을 만들어 선제적 대응에 나서도록 한 점도 반영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최근 STX계열 경영지원단을 출범시키고 기존 기업금융본부에서 담당하던 업무를 이관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들로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STX조선을 비롯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정상화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다. 산은은 경영지원단을 통해 STX조선뿐만 아니라 STX팬오션 STX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다시 평가하고 지원 및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경영지원단의 주임무는 STX그룹 계열사들이 경영개선 작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차입금 만기 연장, 출자전환, 신규 자금 투입 등 주로 금융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STX계열 경영지원단 구성을 계기로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지원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채권단은 STX조선에 신규 자금 등 6000억원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은 특히 최근 공개매각에 실패한 STX팬오션을 떠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및 구조조정을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산은이 STX의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9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금호아시아나계열 경영지원단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日오릭스, STX에너지 지분 50.1% 확보
(주)STX는 STX에너지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 일본 오릭스가 주식교환 신청을 해와 지분 6.9%를 450억원에 매각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로써 지분 50.1%를 확보한 오릭스는 (주)STX(43.2%)를 제치고 STX에너지의 최대주주가 됐다. 오릭스의 특수목적회사(SPC) 버팔로에너지앤드파워는 지난해 10월 STX에너지의 구주와 신주, 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3600억원을 투자했다.
STX 관계자는 “지분율 역전은 작년 10월 투자 유치 때부터 예견했던 일”이라며 “지분율과 관계없이 STX에너지의 경영권은 STX그룹이 계속 갖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최대주주로 올라선 오릭스가 언제든 STX에너지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STX중공업은 이날 STX조선해양 등으로부터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고, 금융회사와 차입기간 연장 합의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출 원리금 308억여원의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 외에 STX중공업 등 다른 STX 계열사들도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