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필드CC 대주주-CEO 맞붙었다
경기 여주군에 있는 명문 골프장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사진)이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간 분쟁에 휘말렸다. 이중식 렉스필드 대표가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자 대주주인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이 대표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 “대주주 책임 묻겠다”

렉스필드CC 대주주-CEO 맞붙었다
양측의 싸움은 이 대표가 지난 22일 렉스필드CC 기업회생절차 서류를 수원지방법원에 접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골프장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웅진그룹이 렉스필드를 정상적으로 경영할 의지가 없는 것을 확인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며 “그룹 경영진과 대주주 등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룹 경영진은 윤석금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를 말한다. 렉스필드는 윤 회장과 극동건설이 각각 4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1년 렉스필드CC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회원권 반환 요청이 봇물을 이뤘다”며 “회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읍소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룹도 경영이 어려운 탓에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대표로서 회원의 권리를 유지하고 기업의 계속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윤 회장과 상의는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웅진 “기업회생 독단 신청은 안될 말”

웅진그룹은 이 대표의 발언을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명문 골프장인 렉스필드CC가 이 대표 취임 이후 경영실적이 크게 안 좋아졌다”며 “연락이 닿지 않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경영 능력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 대표를 고문으로 위촉하고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웅진그룹은 26일 신광수 대표, 이주석 웅진그룹 총괄 부회장, 이정훈 렉스필드 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이 사장 해임안을 논의한다. 렉스필드의 기업회생 신청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경영실적 악화가 원인

1982년 웅진출판에 입사해 30년 넘게 웅진그룹에서 일해온 이 대표가 대주주를 정면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렉스필드CC가 웅진그룹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필드CC는 자사가 갖고 있던 시가 300억원 상당의 웅진플레이도시 지분을 웅진홀딩스에 9억원에 매각하고 웅진폴리실리콘이 발행한 후순위채에 1700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렉스필드CC는 지난해 매출 119억원, 영업손실 21억원, 순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 감소했고 순손실은 10배가량 늘어났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