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광동성 선전(深圳, 심천)에 통신장비 생산기지를 신설한다. 글로벌 생산기반을 마련해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 루슨트 등이 장악하고 있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본격 경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전은 에릭슨과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에서 애플 심장인 미국 뉴욕을 정조준하는 것처럼 통신장비 역시 정면대결로 가는 모양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선전에 이동통신기지국과 무선중계기 등 통신장비를 만드는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 지역에 있던 3세대(G) 휴대폰 생산라인은 올해 상반기 중 접고 관련인력은 통신장비 라인으로 전환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통신장비 제조기지를 만드는 건 처음으로, 지금까지는 구미 사업장에서 장비를 생산해왔다. 선전에 생산기지 구축이 완료되면 앞으로 해외 신규 물량은 전부 이곳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장비 제조에 앞선 경험을 갖고 있어 해외 기업들과 잇달아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아일랜드 이동통신사업자인 '허치슨 3G'와 LTE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 초에는 스페인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와 남미시장 LTE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1위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 5위권 밖이다. 유럽은 에릭슨, 노키아, 알카텔 루슨트 등이 점령하고 있고, 중국과 북미 쪽은 화웨이가 장악하고 있다.

전체 시장을 놓고보면 매출 면에선 에릭슨이 근소한 차이로 화웨이를 앞서고 있지만 순이익으로 보면 이미 화웨이가 세계 1위다. 선전은 삼성전자가 뛰어넘어야 할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다.

화웨이는 그러나 미국 정부가 최근 정보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장비 구매를 규제하기로 한 데 따라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에게는 기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글로벌 업체들과 충분히 겨뤄볼 만 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중 LTE 시장은 지난해 두 배가 넘는 1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