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최근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 이자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자금조달에 성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EB는 권리행사 시 신주가 발행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1~2% 내외의 저금리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적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윈포넷 태평양물산 등이 이달 들어 EB 발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1일 운영자금 18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외에서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 코에프씨 스카이레이크 글로벌(사모투자 전문회사) 등 특정인에게 188만5770주(최초 교환가액 1만20원)를 넘겨줬다.

윈포넷도 이달 중순께 공모 EB를 발행하기 위해 39억원 어치(79만여주) 자사주를 장외에서 처분했다. 이 회사의 EB 만기이자율은 3%이며 1주당 교환가격은 5020원이다. 교환청구기간은 오는 6월2일부터 2015년 4월 2일까지로 청약일은 오는 29일이다.

태평양물산은 자사주 6만666주(약 30억원)를 장외에서 처분, LIG투자증권을 상대로 사모 EB를 발행했다. 이번 EB의 최초 교환가격은 4만5000원, 만기이자율은 2.0%다.

이렇게 상장사가 자사주를 활용해 EB를 발행하면 1~2% 내외의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 자사주를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할 경우 평균 8~15% 정도 할인 처분되고 있어 손실도 줄일수 있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로 메자닌(mezzanine) 상품에 투자중인 투자자문사 시너지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EB는 일반적으로 자사주로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하락에 무방비 상태인 블록딜보다 원금이 보장되는 EB 투자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EB는 특히 할인이 아닌 할증 발행이 가능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상장기업은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하루 평균 거래량이 적은 곳도 블록딜보다 EB 발행이 용이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태평양물산의 EB는 발행 당시 종가 3만5000원 대비 1만원 가량 할증 발행됐고, 한미반도체와 윈포넷 등도 각각 1000원과 70원 정도 비싼 값에 발행됐거나 공모가 진행 중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